국회에 놓인 기후 위기 숙제···탄소 감축 위해 與野 한 목소리
1.5℃ 상승 계산 ‘기후위기시계’ 이전 "2040년 탄소 감축 목표와 동일하게" "피해·비용 모두 최소화 균형 경로로"
헌법재판소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비율을 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의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환경단체의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여야 의원들은 개정안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국회는 4일 기후위기 시계'를 기존 국회 수소충전소 입구에서 국회의사당 앞뜰로 이전 설치했다. 기후위기 시계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이날 기준 '4년 321일'로 나타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제막식에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다른 길이 없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행동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22대 국회를 '기후 국회'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기후 문제엔 여야를 막론하고 뜻을 모은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환경권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운 부분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후환경단체들의 청구는 절반만 받아들여진 셈이 됐다.
헌재는 "이른바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돼 있다"며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대해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기후대응위기특별위원회(기후위기특위)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기후위기특위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조항 개정 방안 토론회'에서는 '2040년 목표와 매년 같은 비율로 감축한다는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혁신법제본부장은 "현재 법에 2030년 목표를 명시한 것처럼 2040년 목표를 법에 명시하는 방안은 법 개정은 수월할 수 있으나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2050년까지 연도별 감축목표를 법에 담는 방안은 19번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40년 목표와 '연도별 감축목표를 선형감축원칙에 따라 설정한다는 원칙'을 함께 법에 규정하는 방안은 헌재 결정 취지를 지키면서 입법 수월성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유종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피해'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비용'을 모두 반영해 두 비용의 합이 최소화되는 '균형 잡힌 감축경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현재는 부를 창출하고 추후 기술 발달에 따라 낮아진 탄소감축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단기간 내 탄소감축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비용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예상보다 클 수 있으므로 '급진적인 감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고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탄소중립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김소희 기후위기특위 간사 등 당 지도부는 기업이 탄소배출 저감이나 탄소포집을 위한 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15%를 세액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중견기업의 경우 20%, 중소기업은 25%로 탄소중립 시설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소희 의원은 "선진국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며 "저탄소 전환을 위해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내 기후행동 의원 모임인 '비상' 소속 의원들은 지난 30일 당내 워크숍이 열린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개정안 검토를 즉시 시작하겠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조항뿐 아니라, 기각된 내용들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입법적·정책적 방안을 강구하겠다. 국민의힘보다 늦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