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민심이 성나면 배를 뒤집는다"···한국 5가지 위기 거론

野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제안 국힘 "정치 공세, 선전, 선동에 치우쳐"

2024-09-04     김민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 안전과 민생경제,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헌정질서 등 다섯 가지 위기를 거론하며 "민심이 성나면 배(정권)를 뒤집는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개원식에도 불참하고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21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여당은 야당이 의회 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이란 한자 성어를 인용하며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는다"고 말했다. 또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불행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민생 회복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민생 회복 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발행도 강조했다. 또 딥페이크 범죄 근절과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의 조속한 처리 역시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권력이 있어도 잘못했으면 처벌받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라며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황제 조사'를 받으며 면죄부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등 대통령 배우자의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이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했다"며 "이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 두 명의 반 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와 외교도 비판했다.

한일 관계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데 정부는 일본과 동맹을 착착 추진하고 있다. 이러다 독도마저 일본에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박 원내대표의 연설은 협치하자던 야당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며 "거대 야당의 본분은 망각하고 모든 책임을 정부 여당에 돌린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한 인사를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출처와 근거가 미약한 내용을 사실인 듯 유도하며 정치 공세와 선전 선동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생에 대한 다짐은 의미가 있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실천하길 바란다"며 "위기의 시대, 위기를 맞은 민주당은 반드시 헌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