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병명 개정···'장애'를 '손상'으로 바꾸려는 이유
낙인 줄이고 치료 접근성 높이기 위한 노력 명칭 변화, 환자들의 생존과 치유에 영향
미국에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PTSI(외상 후 스트레스 손상)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장애'라는 단어가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 치료를 꺼리거나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임상의사들과 PTSD를 앓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의 유진 리포프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미국심리학협회(APA)의 DSM-5-TR 운영위원회에 PTSD 명칭을 PTSI로 바꾸어 달라는 공식 요청을 제출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APA 운영위원회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현재까지도 리포프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리포프 박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병명에서 장애라는 용어는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오히려 낙인을 찍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PTSD 환자들, 특히 군인들 사이에서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리포프 박사는 PTSD를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는 목의 교감 신경절을 마취해 과도한 신경 반응을 억제하는 성상신경절 차단술(SGB)을 통해 PTSD 치료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방법은 뇌의 특정 부위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PTSD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PTSD가 단순한 정신적 문제라기보다는 실제로 뇌의 손상으로 인한 생리적 반응이라고 리포프 박사는 설명했다. 때문에 PTSD를 '손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며 이 점이 명칭 변경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리포프 박사는 PTSD 명칭 변경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최근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대다수가 PTSI라는 새로운 명칭이 낙인을 줄이고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PTSD를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칭 변경에 대한 지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리포프 박사는 병명 개정을 위한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미 육군 특수작전부대와 논의 중이다. 그는 "자살과 PTSD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군 재향군인회(VA) 소속 군인들의 자살률이 하루 최대 44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