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77만원' 공공산후조리원 단 20곳···"설립 확대 해답 아냐"

전국 476곳 중 단 20곳 '공공산후조리원' 민간 평균 이용 요금 2배···최대 4천만원 설립 확대보단 다른 산후조리 지원책 강조

2024-09-04     김정수 기자
일반 산후조리원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이 전국 476개 산후조리원 중 단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설립 확대를 요구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방식의 산후조리 지원책을 강조하는 추세다. /연합뉴스

일반 산후조리원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이 전국 476개 산후조리원 중 단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설립 확대를 요구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방식의 산후조리 지원책을 강조하는 추세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 요금(2주, 일반실 기준)은 공공 177만원, 민간 335만원으로 약 2배 차이다. 이용 부담이 덜어지는 만큼 임산부들의 수요는 높지만 전국 20곳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보단 산후조리 비용 지원, 건강관리사 가정 파견 등의 정책이 추세라는 입장이다.

2023년 12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 /보건복지부,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모자보건법 제15조의17에 따르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관할 구역 내 산후조리원의 수요와 공급 실태 등을 고려해 임산부의 산후조리를 위한 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때 산후조리원을 공공산후조리원이라 한다.

민간산후조리원은 평균 이용 요금이 공공보다 높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2023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가장 비싼 민간산후조리원은 서울시 종로구 소재로 일반실 1700만원, 특실 2700만원이다. 가장 가격이 낮은 곳은 경남 양산시 소재로 일반실 140만원, 특실 224만원이다. 2024년 8월 서울시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소재 D 산후조리원이 2주 이용 요금 일반 2520만원, 특실 402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울시의 경우 민간산후조리원의 이용 요금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공공산후조리원의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시의 경우 단 2곳뿐이다. 2023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지역별 공공산후조리원 현황은 △서울 2곳 △울산 1곳 △경기 2곳 △강원 4곳 △충남 1곳 △전남 5곳 △경북 3곳 △경남 1곳 △제주 1곳이다. 통계청 2024년 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시도별 출생아 수는 전국 1만9362명 중 △경기 5687명 △서울 3381명 △인천 1199명 △경남 1134명 △부산 1037명 순으로 많다.

전남 A 지역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공공산후조리원 예약 실패한 임신부들의 사례가 잇달았다. 한 회원은 "28주 0일부터 예약 가능하다고 해서 되자마자 전화했지만 대기까지 다 마감이더라"라며 "둘째라 감면 혜택이 큰데 예약을 못 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남 B 지역 커뮤니티에선 공공산후조리원 예약하는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회원이 "산후조리원 비용이 너무 부담돼서 공공으로 예약하려는데 팁 공유 부탁한다"라고 하자 다른 회원들은 "핸드폰으로 미리 로그인해서 빠르게 눌러야 한다", "컴퓨터가 빠르다"라는 등 여러 팁을 공유했다.

국회에선 여러 번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확대, 재정 지원 등의 내용으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지자체‧정책 전문가들은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는 조심스러운 접근이며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지자체‧정책 전문가들은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는 조심스러운 접근이며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 입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은 현재 지자체 사업으로 돼 있고 지역의 상황에 맞춰서 운영된다. 지역별 재정 상황을 판단해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중앙정부는 보편적으로 산후조리 비용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지역별 인구 구조‧분포와 산후조리 현황이 다르다 보니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보편적인 정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후조리 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첫만남이용권'을 지원하고 있다. 출생아당 200만원 이상의 이용권을 지급한다. 2024년도 1월 1일 출생한 아동부터는 첫째아 200만원, 둘째아 이상 출생아는 300만원을 지급한다. 유흥업소, 사행업종, 위생업종, 레저업종 등 제한 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으로 출산 가정에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산후조리 도우미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육아지원연구팀 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는 지자체 차원에서 재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인구 감소 지역의 경우 공공산후조리원을 짓게 되면 예산이 많이 들어 지자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비 지원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각 지역에 거주하는 산모만 이용할 수 있었던 제한을 풀어야 한다. 타지역 거주자로 대상을 확대해야 하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아이 입장에선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집에서 산후 조리하는 것이 아이의 애착이나 정서 발달에 좋다고 판단되고 있다. 최근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도 산후조리원 내 모자동실이나 가정으로 파견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확대다"라며 "건강관리사 지원 대상의 소득 기준도 낮아지는 추세다. 과거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중위소득 150% 이하로 확대됐다. 일부 지자체에선 그 소득 기준도 안 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