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방파제' 내년 65조 감소···정부 문제 없다지만 대응력 우려

내년 외평기금, 올해 比 31.6% 급감 환율 안정적·단기외채 비율 少 원인 美 금리 내리면 환율 또 요동칠 수도

2024-09-02     허아은 기자
정부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을 작다고 평가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을 역대 최고 규모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을 작다고 평가했으나 환율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응력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25년도 외평기금 운용 규모는 140조2894억원으로 올해(205조1201억원)보다 31.6%(64조8307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설립된 기금으로, 원·달러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활용돼 '외환 방파제'로 여겨진다.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를 매도하고 하락하면 원화를 매도해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킨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축소해도 환율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대외건전성 지표가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계속 13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4135억1000만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4.4%,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 비중은 21.6%로 직전 5개년도 분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도 원·달러 환율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올해 2분기 말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2조3952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직접투자와 해외 주식 투자 모두 증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환율 급변 시 대응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기록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큰 만큼 대응 여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국내 환 외환 전문가는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환율 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며 "외환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대외 변수 변동에 따라 환율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며 "환율 상승과 하락 모두에 대비해 외화 및 원화 재원을 균형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