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준 더봄] 아기의 첫 치과 진료, 가장 적절한 시기는 언제?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 소아과에는 일찍부터 가지만 치과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 아기의 첫 치과 검진 시기는 아래 앞니가 처음 나왔을 때

2024-09-13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Old habits die hard(오랜 버릇은 잘 죽지 않는다)” 또는 “A leopard cannot change its spots(표범은 반점을 변하게 할 수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는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결국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릴 때 좋은 습관을 들이면 나중까지 그 좋은 습관이 이어진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과는 뭔가 눈에 보이는 이상이 있거나 불편감이 있어야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충치가 오래 방치되어 이미 신경치료를 하거나 뽑아야 하는 정도가 되어서 치과를 찾고는 후회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이서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Children are not small adults)“는 소아과학 교과서 첫머리에 적혀있는 글귀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 입구에도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어린이가 단순히 성인 신체를 작게 축소한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만큼 향후 변화가 많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의 연령에 따른 성장패턴, 체형, 심리 등을 고려한 최적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치과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이 멈춘 성인과는 다르게 발육변화를 계속하며 항상 성장 중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올바르게 잘 형성된 구강 관리의 습관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린이는 몸 전체가 성장 발달하는 가운데 머리뼈, 얼굴 부위 및 구강 안의 구조도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아이의 치과 검진 및 치료 시 항상 아이의 신체적·정신적 성장 발달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상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의 발육까지 예상해 치료계획을 정하고 적절하고도 합당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어린이의 치과 진료에선 성장발육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보통 아기들이 예방주사를 맞주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소아과에는 일찍 가게 되는데 치과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치과는 뭔가 눈에 보이는 이상이 있거나 불편감이 있어야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치가 아주 구석에 생기고 증상도 없으면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오래 방치되어 이미 신경치료를 하거나 뽑아야 하는 정도가 되어서 치과를 가고는 후회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때는 아래 앞니가 처음 나왔을 때입니다. 이 시기는 아가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생후 약 6개월 정도입니다.

여전히 아이가 너무나도 작고 여린 시기라 치과에 데리고 갈 엄두를 못 내실 테지만, 소아 전문치과에서는 아이에게 맞는 검진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가 잘 나오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아이의 입안에 나올 치아의 개수, 종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각 연령대에 걸맞은 구강 관리 방법 등을 배울 기회가 됩니다.

그 이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아도 3~4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마다 변화하고 있는 아기의 구강 상태에 관해 설명을 듣고 적절한 관리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때는 아래 앞니가 처음 나왔을 때이다. 이 시기는 아가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생후 6개월 정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치과가 이상이 있을 때만 가고, 갈 때마다 지긋지긋한 주사와 드릴을 경험해야 하는 악순환을 겪지 않도록 부모가 신경 써주어야 합니다. 정기검진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 6개월마다 검진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구강 상태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 변하며, 성인보다 치과에 대한 공포나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아이 입안에서 하얀 첫 젖니가 나오는 순간 치과에 데리고 가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후 정기적인 방문에 따른 관리를 하다가 이상이 생긴 경우 아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구강 관리에 있어는 긍정적으로 잘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치과에 무서움을 가지지 않고, 치과가 또 가고 싶은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