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 그칠까"···정부 강조 증권사 '밸류업' 참여도 낮은 이유
공시참여 키움·미래에셋 두 곳뿐 법인세 감면 유인책으론 역부족
한국거래소가 기업들의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하게 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증권사 참여가 저조한 모습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증권사 사장단을 만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적극 참여를 당부한 만큼 동참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증권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표하는 ‘밸류업 공시’ 에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이 자율적으로 참여했다. KB증권은 예고 공시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정부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상장사에 자율 공시를 독려했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증권사 업계 첫 타자로 나선 건 키움증권이다. 가이드라인 발표 하루 뒤인 지난 5월 28일 키움증권은 주주환원율 30% 이상·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달성 등을 목표로 내세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미레에셋증권은 지난 22일 글로벌 사업에서 세전 이익 기준 5000억원 이상 창출하고 2030년까지 자사주 1억주를 소각하는 주주환원책을 핵심으로 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예고 공시를 알린 KB증권을 제외하면 증권사에서는 단 두 곳만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다. 이렇게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시장에 공식적으로 제시할 주주환원책 등을 마련하는 데 증권사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ROE 설정의 경우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당장 목표치를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선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주주환원 촉진세제’가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실효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기업 중 직전 3년 평균보다 주주환원을 5% 넘게 늘리면 그 초과분의 5%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직전 3개년 평균 50억을 배당하고 다음해에 20% 늘려 60억을 배당했을 때 초과분 10억의 5%인 5000만원에 대해서 법인세 세액공제를 적용하게 된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증가분에 비하면 법인세액 감면 폭이 너무 적어 공시 참여 유인책으로 부족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에 기업들이 동참을 안 하는 것 같다”며“기업내 재정건전성과 맞물리다 보니까 많이 늘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한번 시행했다가 다음에 못하게 되면 주주로부터 비난 받을 수 있다”며 “단발적으로 시행되면 결과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공염불에 그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