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시 국가부채 200%로 퀀텀 점프 우려
OECD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 우발 아닌 약속된 채무로 간주되면 미적립부채 1825조원 국가채무로
미래 세대가 장래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가부채 급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통령은 연금 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했다. 그는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분리·차등화해 모든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지만 국가가 지급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선 '실질적 국가부채'가 늘어나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4월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공무원연금까지 더한 국가부채는 지난해 2439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가채무 비율은 지금껏 마지노선으로 간주된 40% 선을 넘어 46.9%(지난해 명목 GDP 2401조원 기준)에 달한다.
정부가 재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국가채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국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확정채무'로 규정된다. 반면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국가보증채무·공공기관 부채 중 국가 기능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과 같은 장기 충당부채와 중앙은행 부채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엔 우발적인 정부 보증채무가 아닌 약속된 채무로 인식돼 국민연금 지급보증 법제화 시 국가 신용등급에 결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부채 비율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 1825조원을 더하면 40%대 중반인 국가채무 비율이 단숨에 200%까지 치솟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경제 규모와 대비해 높은 국가채무 비율은 해당 국가의 신인도 하락으로 귀결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초 한국의 지난해 경제 성적을 OECD 주요 35개국 가운데 2위에 올린 것도 안정적으로 관리된 국가신용등급 덕분이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수의 OECD 국가는 재정 준칙과 함께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산정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언제나 재정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의 국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