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혼합진료 칼 대자 보험社 '노 젓기'···의료계 "비급여 죄악시 말아야"
정부 "혼합진료 금지로 의료 과소비 막겠다" 실손 적자 폭 커져···보험 업계 '의료기관 탓' 의료계 "비급여가 죄악? 수가 개선이 먼저"
정부가 비급여 과잉진료를 의료 과소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혼합진료를 제한하는 등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비급여 진료를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실손보험을 두고 보험 업계와 의료계의 주장이 엇갈린다. 보험사는 실손보험의 누수를 틀어막겠다며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 모니터링 강화와 1회 보장한도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의료계는 일부 비중증 항목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의 문제점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급여 항목 수가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의료개혁 추진단 브리핑에서 비중증 질환에 대한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를 관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비급여 항목의 단가와 안전성, 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환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골자다.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7천억원에서 2021년 30조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에는 32조3천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과 급여 항목을 혼용하는 '혼합진료'가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를 금지할 방침이다.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으로는 도수치료 등이 거론됐다.
비급여 진료비 지출에 따라 손해보험 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4.0%로 전년 동기(118.4%) 대비 15.6%포인트 급증했다. 2·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각각 120.5%, 155.5%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다. 손보사 빅5(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해 1~5월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지급액은 2조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보험 업계는 비급여 과잉 처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손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1회당 보장 범위를 설정한다고 해도 새로 나올 상품부터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앞서 나온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비급여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료기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잉진료) 적발 시 제재 수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보험 업계의 압박에 의료계는 먼저 비급여 진료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 우려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비급여 진료라고 해서 모두 비필수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단가가 비싸 급여 항목으로 편입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항목들이 비급여로 지정되는 건데 (비급여 진료 자체를)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설명했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 로봇 수술 등도 비급여 항목에 포함된다.
관계자는 필수 의료 항목의 낮은 진료 수가가 많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확대를 부추겼을 수 있다면서도 "최저시급과 물가 수준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의사는 '박리다매' 식으로 진료 환자 수를 늘리거나 비급여 처방을 증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가 비판한 혼합진료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혼합진료 제도를 발달시킨 일본에서는 보험외병용요양비제도를 마련해 일부 선진 의료 기술은 급여와 병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에서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논란이 일자 "과잉 비급여가 아닌 항목에서는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과잉 비급여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을 가르는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어 그는 "공격적인 실손보험을 앞다퉈 출시한 것은 보험 업계고 국민 대다수가 그런 상품에 가입했으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급여 치료를 제안하는 데 부담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