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민주당의 생뚱맞은 계엄령 주장, 그 이유는?

[신율의 정치In] 국회 과반 찬성으로 해제 가능 인위적 위기 조성 음모론 공격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 명분

2024-08-27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셔라.”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다."

지난 8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한 말이다. 이에 앞서 김병주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너도나도 계엄 정국을 언급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런 상황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현재 민주당이 압도적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즉 그럴 리는 만무하지만, 설사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민주당이 원하기만 하면 즉각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식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적 부정합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시에 논란이 된 계엄 관련된 문건의 내용을 언급하며, 당시 문건에서도 일정 수 이상의 야당 국회의원을 미리 체포해 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계엄 해제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필요한 수(數)만큼의 야당 의원들을 구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나, 혹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다른 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계엄령 선포 가능성과 결합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야당 의원들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민주당은 이를 ‘계엄 음모론’과 연결 지으면서 역으로 여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계엄령’을 자주 언급하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이 대표 방탄의 명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즉 만일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수준의 판결을 받을 경우, 계엄령 선포를 위해 ‘민주 투사’ 이재명 대표의 손발을 묶으려고 한다는 식의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계엄령’과 같은 비상조치의 가능성을 자꾸 거론하면 국민들은 불안해지지만, 이런 불안은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통령 지지율을 더욱 추락시킬 수 있고, 조기 대선 혹은 탄핵에 대한 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인위적 위기 조성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는 완전히 공산주의자가 됐다"라며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향해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마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그래서 상상의 산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음모론을 가지고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모양이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공당(公黨)이라면 그런 식의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돈 풀기와 같은 선심성 정책을 떠올리는데, 정치학에서 말하는 포퓰리즘의 핵심은 음모론을 자주 제기해 기존의 제도권 정치 엘리트를 흔들려 한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이 공당으로써의 충실한 역할을 다하고 자신들이 포퓰리즘 세력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언급을 자주 해서는 곤란하다. 정권 쟁취를 위한 경쟁은 당연하지만, 정당이 특정인이 정권을 잡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1인 중심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민주당이 자꾸 현실성 없는 음모적 주장을 하면, 민주당에 대한 ‘오해’만 가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당에 대한 공격은 좋지만, 합리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