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앞 작아지는 시니어"···은행권 디지털 금융소외 현주소

6년간 1300개 은행 지점 폐쇄 "이동 점포 운영 정교화해야"

2024-08-26     박소연 기자
지난 6년간 폐쇄된 국내 은행 지점 수가 1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비대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니어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 영업점 폐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시니어(고령층) 계층의 비대면 금융 소외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은행 지점·영업소·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폐쇄된 은행 지점 수는 1300개로 나타났다.

은행별 지점 폐쇄 현황은 신한은행이 179개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은행 161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각 159개씩이었다.

지난 7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영업점을 폐쇄하려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6개월 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폐쇄 이후에 진행하던 사후 영향 평가를 사전 영향 평가로 전환하고 외부 전문가와 인근 주민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영업점 폐쇄 시 발생할 금융 서비스 접근성 저하 문제를 예방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비대면 금융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시니어 등 금융소외 계층을 보호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점포 관리까지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현재 시중 은행들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 관리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대형 밴으로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 점포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매일 25일 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 점포'를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시니어 고객을 위한 이동 점포인 '어르신을 위한 움직이는 하나은행'을 시행한다. 우리은행은 서울 시내 3곳(서울 동소문로점‧영등포점‧화곡점)에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시니어 전용 창구를 별도로 마련했고 주 고객이 고령층인 점을 감안해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 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니어 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은행들이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접근성을 높이고 운영을 정교화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편의점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비대면 이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운영 일시를 고정하면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이동식 점포를 운영할 때도 자원봉사자 등을 배치해 고정적으로 비대면 금융 이용법을 교육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면 소비자도 오프라인 점포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