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이동진을 울게 만들지도 몰라, 츄! 사랑의 하츄핑 열풍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최근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열광하는 영화 '사랑의 하츄핑' 그 인기가 가져온 현상들

2024-08-26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 하츄핑이요? ”

갤럭시 노트로 그려 본 영화 사랑의 하츄핑. 영화 속 캐릭터를 참조했음 /그림=홍미옥

최근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SNS 글이 화제다. 시작은 그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달린 누리꾼의 '좋은 말로 할 때 사랑의 하츄핑 평론을 부탁드린다'는 재밌는 댓글로부터다. 순식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더니 마침내 이동진 평론가의 답을 끌어냈다. 그의 재치 있는 답변은 '나도 엉엉 울까 봐 차마 못 본다'는 것이었다.

직업윤리를 잊었냐, 비겁하다, 이제부터 당신은 비겁핑으로 부르겠다 등등 누리꾼의 유쾌한 반응도 화제를 불러오기에 맞춤했다. 요즘 극장가에서는 도대체 하츄핑이 뭐길래 칸의 여왕 전도연도 밀어내고(출연작 <리볼버> 상영 중) 이동진마저 울려버릴 것이냐는 거다. 나도 당연히 궁금했다. 예매 성공이다.

울다가도 뚝! 하츄핑의 위엄

고릿적 옛날얘기지만 우는 아이에겐 호랑이보다 곶감이 최고였다는 전래동화가 있었다. 그게 무언지도 모를 요즘 어린이들, 특히 5, 6, 7세의 연령대에선 ''이라는 한마디가 특효약이라고 한다. 특히 하츄핑이 단연코 최고 인기다.

캐릭터 하츄핑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첫 영화 제작물인 <사랑의 하츄핑>에 등장하는 수많은 마음 요정 중 하나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는 이모션 왕국이 있다. 그곳의 공주님 로미가 첫눈에 반해버린 운명의 소울메이트 하츄핑을 찾아 떠나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종일관 스크린에는 분홍빛 꽃잎이 살랑이며 날아가고, 인기 아이돌 에스파의 윈터가 부르는 주제가도 달콤하기 그지없다. 말끝마다 '츄 츄' 거리는 추임새도 너무 귀엽다. 원작은 일본이지만 제작은 한국이고 스타일은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라 하니 그야말로 글로벌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나이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라니···. 나도 이럴진대 우리 어린이들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울다가도 뚝! 그친다는 게 단박에 이해됐다.

엄마, 아빠, 이모, 고모, 삼촌 집중해!

동네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린다는 핑 캐릭터 카드 /사진=홍미옥

조금 쑥스러웠다, 혼자 보는 만화영화는. 입구부터 핑크로 무장한 홍보물과 굿즈들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괜히 쭈뼛거리며 구석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혼자 온 어른은 나뿐이다.

하지만 나 지금부터 하츄핑 보러 갈 테니 어른들은 각오하고 집중하라는 영화사의 재기발랄한 홍보문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것도 같았다. 당연히 사랑하는 자녀, 귀여운 조카를 위해 우리 어른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어린이 관객은 물론이고 함께 온 어른들, 그러니까 우리의 엄마·아빠, 고모·이모·삼촌들도 하츄핑이 그려진 셔츠나 머리띠 혹은 팝콘 캔을 들고 있다. 영화를 즐길 결심이 단단해 보인다. 그게 또 사랑스럽게 어울려서 보는 이들마저 웃음 짓게 했다.

영화는 뮤지컬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과 어드벤처 영화를 방불케 하는 가슴 뛰는 장면까지 온갖 감정선을 우리 어린 관객에게 불어넣고 있었다. 그래선지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장면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와 함께 갔다가 부모가 울고 나온다더니 과연 그랬다. 대놓고 우는 아이 곁에 눈가를 훔치는 어른들도 제법 있었다. 아마 이동진도 이걸 본다면 분명 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하마터면 울 뻔했지만 안타깝게(?) 더 이상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등골브레이커로 가는 하츄핑 부비트랩?

메가커피와의 컬래버 제품인 하츄핑 피규어 /사진=홍미옥

20대 후반인 아들이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시엔 N사의 점퍼가 최강 인기였다. 그걸 입지 않으면 소외감마저 든다고 해서 너도나도 교복 위에 걸치고 다니는 현상까지 만들어냈었다. 하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은 탓에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일명 '등골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유행은 속절없는 것이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열기는 다른 아이템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거의 모든 <사랑의 하츄핑>상영관 로비에는 앙증맞고 예쁜 굿즈가 판매 중이다. 안 그래도 영화에 감동하여 울기까지 한 우리 어린이들, 얼마나 갖고 싶을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실제로 하츄핑 열풍은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고 해서 '파산핑' '등골핑' 이라는 재밌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예전의 그 등골브레이커가 순한 버전으로 부활한 것이다.

저토록 귀여운 외모로 부모·고모·이모·삼촌의 지갑을 털어가는 하츄핑이라니! 살짝 속 쓰리지만 기꺼이 파산핑을 자처하는 우리 어른들의 마음도 참 예쁘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누리꾼들은 이게 진정한 사랑의 부비트랩이라며 파산의 열풍을 부추긴다. 이런 유쾌함이 좋다.

그렇다면 나도 뭐 살 게 있겠지? 자식은 이미 성인이고 아직은 손주도 없고 내게 맞는 액세서리도 없으니 그냥 하츄핑 사탕이나 사야겠다.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도 좋겠고 영화를 본 기념이라 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