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괴롭히는 인건비?···만만한 최저임금이 받는 오해
소상공인 "내수 부진, 금융 문제가 가장 부담돼" 전문가 "대출 지원 비롯한 여러 정책 마련해야"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신경전을 벌일 때마다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인상률 결정에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실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높은 금리 부담과 상환 압박 등 금융 문제와 내수 부진이 더 어려운 요소로 느끼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월 17일 '2024 소상공인 경영 전망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가장 큰 어려움을 준 요인에 대한 항목별 어려움의 정도를 '매우 힘듦', '다소 힘듦', '보통', '다소 괜찮음', '매우 괜찮음' 단계로 물었다.
조사 결과 △부자재와 재료비 등의 가격 인상(91.3%) △고금리와 대출 상환 도래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89.1%) △소비위축에 따른 매출 하락(88.3%) △에너지 비용(87.6%) △임대료 등 고정비(86.4%) △경쟁 심화(83.5%) △인건비와 인력난(80.0%)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업종별로 응답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미용서비스업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영향을 93.3%로, 숙박 및 외식업은 인건비와 인력난을 85.9%로 평균치에 비해 높게 꼽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올 6월 말 기준 소상공인 대출 잔액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에 비해 380조원 불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 자영업자 vs 저임금 근로자 문제 아냐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 인상률 뒤에서 두 번째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근로자가 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줄 수 있는 사람들도 안 주는 게 문제다. 일단 최저임금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능력이 되는데 안 주는 사람들이 주게끔 만들고 최저임금 때문에 진짜 힘든 기업들은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만큼이나 동결도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실질적인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며 "소비가 감소하면 공장에서도 물건을 많이 만들 필요가 없고 이는 생산 요소 사용의 감소로도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에도 반박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의 젊은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노벨상을 받았다.
최근 5년간 국내 최저임금 인상률과 실업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봐도 코로나를 비롯한 당시 경제 상황이 실업률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1%)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이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발간자료를 봐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10명 중 8명이 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에 변동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0% 오른 시급 9620원이었다.
물론 최저임금 상승은 인건비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자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의 인상 폭이 크지 않아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상승하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고용은 생산하고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고용을 줄일 경우 생산에도 위축이 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을 막을 게 아니라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경기 침체 부분은 정부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코로나 시기 생긴 소상공인의 부채를 저금리로 해 장기적으로 갚게 하거나 일부 탕감하는 방법은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많은 만큼 출혈 경쟁도 심하다. 자영업 부문을 건강하게 축소할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내년 최저임금을 1만30원(월급 기준 209만627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으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2.6%)보다도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