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30년 최다 원전 보유국···AI·탄소중립 패권 노린다
산둥·광둥·장쑤 등 원전 11기 최다 승인 나라의 국력이 데이터에서 나오는 시대 싸고 깨끗한 전기 공급 위해 원전 확대
중국이 역대 최대인 11기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승인하며 ‘원전 굴기(崛起)’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 미국을 제치고 최다 원전 보유국으로 발돋움한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인공지능(AI) 시대에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전’을 채택하고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전날 리창 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산둥·광둥·장쑤·저장·광시성 등 5개 지역의 11개 원전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이는 연간 최다 승인 기록이다. 중국 에너지보는 5개 프로젝트에 중국핵공업그룹(CNNC) 중국광둥원전그룹(CGNPG) 국가전력투자그룹(CPI) 등이 참여한다. 총공사비는 2000억 위안이며, 완공까지 4~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년간 매년 10기의 신규 원전을 승인했다. 중국 핵에너지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5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어 미국 93기, 프랑스 56기에 이어 세계 3위 원전 가동국이다. 중국 전체 전기 수요의 약 5%를 원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향후 3~5년 동안에도 매년 약 10기의 신규 원전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중국은 2030년 프랑스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하게 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2016~2018년 안전을 우려해 원전 건설을 멈췄다가 2019년부터 원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원전 설비 용량이 2035년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이 원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이유는 AI 패권 전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가늠자는 AI가 될 것이고 한 나라의 국력이 데이터에서 나오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다수 미래학자의 중론이다.
특히 올해 AI 분야에 본격 시동이 걸리면서 세계 각국이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영국·유럽연합 등은 이미 AI 규범 주도권 선점 경쟁에 나섰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리면 AI 기술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AI 시대는 ‘전기시대’다. AI 데이터센터의 함수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이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AI 연산을 이용한 컴퓨팅은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TWh(테라와트시)였다. 2026년에는 620~1050T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곧 전기 생산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원전은 효율성 측면에서 낮은 원료 가격으로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적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인다. 중국 정부는 AI 시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맞춤형 수단으로써 ‘원전’을 채택하고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산업부 AI 부서의 한 담당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 기술을 현대 전쟁에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나라가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AI가 세계 권력의 균형을 결정할 것임을 깨닫고 미국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는 또 하나의 이유는 탄소중립 실현에 있다. 중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만큼 오명을 벗기 위해 원전 확대를 통해 청정에너지를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에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이른바 ‘쌍탄(雙炭)’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원전 건설이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액체금속이나 기체를 냉각재로 쓰는 4세대 원자로가 포함됐다. 장쑤성 쉬웨이 1기 원전은 헬륨 냉각재를 사용하는 고온 가스 원자로 방식을 채택했다. 쉬웨이 원전은 진보된 안전 기능을 갖춰 열과 전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다.
원자력 관련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다양한 최신형 원전을 가동시켜 나가는 중국의 원전 굴기는 무섭다”며 “우리나라도 미래 국가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 건설 능력을 유지하고 신규 원전을 더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