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벌어진 ‘도난’ 소동···"겨우 간식 뿐인데"

어르신 간식 나눔이 '도난'으로 둔갑한 사연 치매로 인한 단기 기억 상실, "오해로 번졌다" 보호자와 요양보호사 간 소통의 중요성 강조

2024-08-13     김현우 기자

"우리 아들이 보내 준 과자 어디 있어!"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에게 나눠주셨잖아요."

"너희가 가져갔잖아! 다시 가져와라!"

한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13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A 노인전문요양원. 이른 아침부터 입소자와 요양보호사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태곤(가명·남·78) 씨는 지난 4월 A 요양원에 입소했다. 1년 전 치매 판정을 받고 장기요양등급이 나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됐다.

입소 전부터 군것질을 좋아하던 김 씨를 위해 자녀들은 매주 그가 즐겨 찾던 과자를 요양원에 보냈다. 요양보호사는 김 씨의 간식을 받아 주간에 챙겨드렸다. 평소 요양보호사를 잘 챙겼던 김 씨는 자녀들이 보내준 간식을 혼자 먹기 아까워 요양보호사들과 나누어 먹었다.

여기까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보인다. 문제는 '치매'에서 비롯되었다. 단기 기억 상실 증상이 있던 김 씨는 요양보호사에게 본인이 간식을 나눠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요양보호사가 내 간식을 훔쳐갔다"며 화를 냈다. 결국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요양원은 입소자의 물건을 훔쳐간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녀는 곧장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진실을 확인할 수 없어 요양보호사와 보호자 간의 오해는 커져만 갔다.

"보호자와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말자." 
"기록과 보고만 잘해도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보호자와 수급자, 그리고 공급자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사례에서 보듯이 어르신이 과자를 준다고 해도 요양보호사는 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선 보관해두고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어르신 손에서 떠난 음식이나 물품은 모두 사진을 찍어두거나 보관 후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며 "간혹 보호자와의 소통을 꺼리는 종사자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일이다. 보호자와의 소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설 및 기관장 등 관리자급 종사자의 요양보호사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A 요양원장은 본지에 "입소자가 요양보호사에게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건네는 상황까지 종사자가 대비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보호자와의 관계는 입소자와의 관계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요양보호사 교육을 통해 보호자와의 소통, 그리고 입소자의 개인 물품에 대한 사전 확인 및 점검은 관리자가 직접 챙겨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원칙상 요양보호사는 수급자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요양보호사 직업윤리에 따르면 '대상자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어르신의 선행을 자칫 오해해 요양보호사가 물질적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 이에 대한 기록과 보고의 의무가 사고를 방지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제언했다.

장덕규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원칙상 요양보호사는 수급자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이미 받았다면 사진 및 CCTV로 증거를 남기고 받은 즉시 보호자나 사회복지사 등 관리자급 종사자에게 철저히 보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