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지킴이] 대학 교재 불법 복제 막을 길 없을까?···전자책 기업 세샤트의 해법

한국저작권보호원 기업 저작권 지킴이 이용자 콘텐츠 캡처 불가하도록 조치 "출판사 매출 피해 이해, 상생이 목표"

2024-08-14     이상무 기자

BTS를 필두로 한 K-팝이 전 세계를 휩쓸고 <오징어게임>과 같은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면서 콘텐츠도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국내에선 여전히 '콘텐츠는 공짜'란 편견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 것을 지키자면 남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저작권이 보호받아야 작가가 살고 세계적 작품을 잉태할 수 있다.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올해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추진하는 ‘K-저작권 지킴이’ 사업에서 ‘기업 저작권 지킴이’로 선정된 기업들이다. 여성경제신문은 각 분야에서 활발한 저작권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얼마 전까지 대학가 앞에는 복삿집이 즐비했다. 수만원짜리 대학 교재를 돈 주고 사기 버거운 학생들이 복사본을 만들어 썼다.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지만 '학업'이란 핑계로 양심을 감쌌다. 그나마 복사는 종이와 잉크가 필요했지만 요즘엔 스캔이란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스캔 앱을 이용해 대학 교재를 PDF 파일로 변환한다. 동료나 선후배에게 공유하는 데는 1초도 안 걸린다. 심지어 출판사가 만든 전자책 파일이 통째로 유출돼 돌아다니기도 한다. 기껏 교재를 만든 출판사는 책이 안 팔리니 파산 위기에 몰린다.

#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대학생 및 대학원생 2000명을 대상으로 대학 교재 불법복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9%가 전자 스캔본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캔본 교재 이용 과목 수는 평균 3개였다. 확보 경로는 ‘이메일과 USB’가 44.6%로 가장 많았고, 여기에 포털, 블로그, 대학가 자료 공유 사이트 등의 커뮤니티(12.5%)와 SNS(5.4%) 이용을 합치면 대학(원)생들 간 불법 공유가 절반 이상(62.5%)을 차지했다.

전자책 플랫폼 노팅을 운영하는 세샤트 이윤지 대표가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이 악순환을 끊을 묘안은 없을까?

전자책 기업 세샤트가 2021년 출시한 스마트 전자책 플랫폼 '노팅'은 이런 고민에서 나온 해법이었다. 세샤트는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출판사가 만든 전자책 파일을 노팅에서만 볼 수 있게 했다. 파일은 스캔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다. 여기다 편의성을 보냈다. 태블릿 PC 학습 환경에 최적화된 교재 뷰어에 다양한 필기 관련 기능을 얹어 이용자가 편리하게 노트하거나 책갈피를 표시할 수 있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팅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해 가고 있는 세샤트 이윤지 대표를 여성경제신문이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자책 이용자 사이에 불법 스캔 PDF 파일이 공유되고 있는데 대책이 있는지.

"노팅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암호화(DRM) 기술을 통해 다운로드된 전자책 파일을 보호하고 있으며, 노팅 서비스 내에서만 복호화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추가로 타 플랫폼들과 다르게 모든 콘텐츠의 캡처를 불가능하도록 조치하여 불법 PDF 파일 확산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개인당 등록 기기를 모바일 1대, 태블릿 PC 1대로 제한하여 계정 공유의 위험도 줄이고 있다.

불법 PDF 파일을 이용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기존의 전자책 뷰어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필기 애플리케이션보다 기능이 불편하다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팅은 이와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도화된 필기 기능을 탑재한 전자책 뷰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추가로 기존의 필기 애플리케이션들에서 제공하지 않는 자동 채점 · 학습데이터 분석 등의 특화된 학습 기능들도 제공한다. 독자들은 전자책 구매 비용만 지불하면 이와 같은 기능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노팅의 스마트 전자책 뷰어가 불법 PDF 파일 이용 감소에 기여한다.”

세샤트는 "노팅에서 판매된 전자책이 불법 복제 파일 생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세곤 기자

—전자책 판매(이윤 창출)와 저작권 보호(사회적 책임)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지는 않는지.

"노팅은 전자책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으며 하락하고 있는 종이책 매출 보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윤 창출 행위가 저작권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노팅은 출판사들의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DRM·캡처 방지·등록 기기 제한 등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종이책을 스캔하여 PDF 파일을 생성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곳곳에 종이책을 스캔해 주는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심지어 스캔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또한 수없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불법 PDF 파일의 출처는 종이책이다.

이에 종이책을 제작하지 않고, 전자책으로만 도서를 출간하여 노팅에 독점 공급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캔으로 인한 불법 PDF 파일 생성에 취약한 종이책 대신 타 플랫폼보다 강화된 콘텐츠 보호 기술 및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노팅을 통한 콘텐츠 보호 및 유통을 선택한 것이다. 종이책 제작 비용 절감과 콘텐츠 보호, 그리고 독자 만족도까지 한 번에 가져갈 수 있어 출판사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이와 같은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출판사와 업무적 교류를 하면서 저작권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지.

"첫 미팅부터 제휴 계약 체결, 이후 서비스 개시까지, 모든 출판사가 저작권 문제와 대책에 대해 끊임없이 문의하신다. 특히 저희 제휴사의 대부분은 교재 출판사들이며, 이들의 콘텐츠는 단행본(소설, 에세이 등)보다 불법 PDF 파일들이 더 활발하게 공유·유통되고 있다. 특히나 학습자들 간의 유대감이 클수록(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대학교 동기 등) SNS 및 메신저를 통한 불법 PDF 파일 공유가 빠르게 이뤄진다. 이에 교재 출판사들이 단행본 출판사보다 더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두고 계신다.

노팅에서 제휴 영업 및 제휴사 관리를 맡고 있는 구성원은 이전에 대학 교재 출판사에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이에 불법 PDF 파일로 인한 출판사 매출 피해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다. 출판사와의 상생 또한 노팅의 목표이기에 출판사의 운영 및 기술 개발 의견을 적극적으로 노팅 개발진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보호원의 '저작권 보호 바로지금'과 같은 캠페인 참여를 통해 저작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초기에 많은 성장을 이뤘는데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그리고 향후 운영 계획은.

"노팅은 학습자들을 위해 기존의 종이책 교재들을 전자책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노팅이 서비스를 시작한 2021년에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며, 개별 학습을 위한 태블릿 PC가 빠르게 학습자들에게 보급됐다. 또한, 비대면 수업 여파로 학생 간 교류가 적어져 불법 PDF 파일 공유 및 종이책 물려 받기 등이 줄어 교재 전자책 구매 수요가 확대됐다. 당시에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전자책 미전환 교재 출판사들도 빠르게 해당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들이 많아 사업계획 및 일정을 변경해야 해서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팬데믹 이후에도 꾸준히 태블릿 PC 보급률과 전자책 수요가 증가한 건 다행이었다. 그리고 2025년부터 도입되는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 소식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느낀 출판사들의 전자책 입점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노팅에는 중 · 고등학교 참고서, 대학 교재, 자격증 수험서 등 3만 종이 넘는 교재가 입점하여 있고, 10대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습자들이 노팅을 이용하고 있다. 노팅은 지속적으로 종이책을 뛰어넘는, 종이책에서 느낄 수 없는 학습 가치를 학습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K-저작권을 지키는데 공로가 큰 개인이나 기업·단체를 공모합니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8명에겐 문체부 장관상, 2명에게 저작권보호원장상을 수상하는 '제1회 저작권보호대상'을 11월에 엽니다. 저작권 보호에 앞장선 개인이나 기업·단체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제1회 저작권보호 대상 공모 안내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9월 8일까지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