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경합 주 3곳서 트럼프 눌러···'호재' 민주당, '악재' 연속 공화당
러스트 벨트서 4%p 앞서, 상승세 트럼프, 대선 전략 문서 해킹당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1월 대선의 3대 경합 주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두 4%p씩 앞섰다. 최근 민주당은 2016년과 2020년 대선 결과를 좌우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상승세를 타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이후 기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이달 5~9일 실시)에 따르면 해리스는 3개 주(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지지율 50%로 46%를 기록한 트럼프를 앞섰다.
이번 조사 결과는 바이든-트럼프 양자 가상 대결을 포함해 지난 1년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가장 선전한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사퇴 전까지 대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거나 접전을 벌이는 수준에 그쳤다.
조사 결과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고 해리스가 등장한 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 1년간 이 지역에선 트럼프와 바이든이 동률이거나 트럼프가 약간 앞섰다"면서 "해리스 등장을 계기로 3개 주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역전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이 핵심 경합 주 또는 '빅3'로 불리는 이유는 초접전 양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3개 주는 총 44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과거 선거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블루 월(blue wall)'로 불렸지만 2016년엔 트럼프가 2020년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기면서 '대권 필승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비경합주들의 승부가 2020년 대선과 같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 후보는 나머지 3개 경합 주(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를 내주더라도 이 3곳만 지켜내면 당선된다. 공화당 후보는 같은 조건에서 3곳 중 1곳이라도 뺏으면 이긴다.
현재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에서는 트럼프가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는 네바다 유권자의 민심을 얻기 위해 트럼프와 같은 '팁 면세' 공약을 제시했다. 해리스는 지난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대통령이 되면 노동자 가정을 위해 싸우겠다"면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서비스업 종사자의 팁에 붙는 세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해리스 등판 이후 민주당에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 시민연맹(LULAC)이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대선에서 지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 단체가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건 1929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또 2020년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 과잉 진압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스가 월즈를 감싸는 발언을 했다. 그간 공화당은 월즈가 플로이드 사건 당시 늑장 대처를 했다고 비판했는데 숨진 자의 직계 가족이 나서 공화당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의 측근 10여 명을 인터뷰해 "해리스가 후보로 나선 이후 3주간이 트럼프의 대선 레이스 기간 중 최악의 시간"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캠프는 대선 전략 관련 문건 등을 해킹당하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10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은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보원들이 불법으로 문건을 확보했다"면서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청 대변인은 "올해 선거를 방해하고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혼동을 일으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면서 해킹의 배후 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