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요양시설] ⑪영락노인전문요양원, 최우수 요양기관 5회 연속 선정 비결은?

최영순 영락노인전문요양원 원장 돈과 직업윤리 갈림길서 찾은 해답 "분명한 복지인 마인드가 필요해" "상호 존중과 실천, 매 순간 기억"

2024-08-10     김현우 기자
"너희에게 부담 주기 싫다. 어디 좀 알아보거라." 맞벌이 600만 가구 시대가 도래했다. 부모를 끝까지 모셔야 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요양시설 보내는 건 고려장'이라는 말도 지금 시대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이왕 보내드리는 것 편하고 좋은 곳이 낫지 않나. 요양원이 뭔지 요양병원은 또 뭐가 다른지. 실버타운은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이렇게 '핫'한지 여성경제신문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요양시설 돋보기 '줌(zoom) 요양시설' 지금 시작한다. -편집자 주-
하남 영락노인전문요양원 /영락노인전문요양원

수입, 즉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2030세대가 취업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돈이다. 자영업자의 고충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돈보다 자부심, 직업 윤리'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기 요양 기관인 노인전문요양원을 운영하는 사업주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 돌봄 영역에서는 직업적 윤리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50~100여 명에 달하는 노인을 돌보고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돈이 없으면 입소 노인을 위한 생필품, 음식, 의류 등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업 윤리와 자부심을 배제하고 노인 돌봄을 '돈 벌이' 수단으로만 본다면 어떻게 될까.

우후죽순 생겨나는 요양원과 방문 요양시설 사이에서 5년 연속 최우수 장기요양기관으로 선정된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의 최영순 원장은 "복지인으로서 직업 윤리와 봉사 정신이 없다면 사회적 이슈인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다양한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영순 영락노인전문요양원 원장(아래 첫 번째, 최 원장은 꽃을 들고 있다)이 원내 직원들과 함께 생일을 기념하고 있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

9일 여성경제신문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을 찾았다. 영락요양원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회 연속 최우수 장기요양기관으로 선정한 곳이다.

장기요양 평가는 3년마다 실시되며 '기관 운영', '환경 및 안전', '수급자 권리 보장', '급여 제공 과정', '급여 제공 결과'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정된다.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최영순 원장은 "요양보호사 직종이 생기기 전부터 요양보호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현장을 경험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바는 '복지는 봉사 정신과 직업 윤리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은 흔히 '고려장 보낸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산속 어딘가에 허름한 시설에 부모님을 모시면 "어떻게 부모를 고려장 보내냐"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외에도 '요양보호사의 입소자 폭행' 등의 사회적 문제가 연일 보도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 앞에 보이는 장소는 요양원 어르신 입소 층에 어르신의 상태를 관찰하며 어르신에게 필요한 물품, 음식 등을 요양보호사가 준비하는 '메인 데스크'. /김현우 기자

최 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일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잘못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업계에 들어와 시설을 운영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요양원은 원장과 사무국장,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종사자들이 함께 입소 어르신들을 돌본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은 욕창, 낙상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한 시라도 눈을 떼는 순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종사자 개개인의 직업 정신에 기반한 직원 교육이 필수적인 이유다. 최 원장은 "종사자의 마음가짐이 노인 돌봄 업무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본다. 특히 어르신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요양보호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된 문화 활동.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은 정기적으로 영화 관람, 산행 등 문화 활동을 종사자에게 제공한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

요양보호사는 국가 자격증 제도를 바탕으로 탄생한 돌봄 전문 인력이다. 그러나 처우는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임금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제도 도입 정부가 당시 머릿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쉬운 자격증', '아줌마들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심지어 요양보호사 스스로도 '똥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이나 하면서 용돈을 벌자'는 생각으로 일을 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 원장은 "요양보호사의 자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요양보호사는 전문 돌봄 인력이다. 개개인이 어르신에게 제공하는 돌봄 업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침상생활을 많이 하는 입소어르신이 하지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가 매일 생활실에 마련된 운동기계로 입소어르신을 안내한다. /김현우 기자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경상 의료비는 1970년 2.6%에서 2022년 9.7%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요양원은 비의료기관이지만, 사실상 의료기관에 노인을 보내기 전에 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양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종이 요양보호사다. 최 원장은 "영락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직업 윤리를 가장 먼저 교육한다.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은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인권지킴이제도'를 운영 중이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권지킴이' 제도. 노인 인권은 물론, 돌봄자들의 인권까지 보호하자는 취지다. /김현우 기자

2023년 9월에 출범한 인권지킴이단은 서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사 협의를 통해 선발된 돌봄자 7명이 활동을 전개한다. 이를 통해 노인 인권은 물론, 돌봄자들의 인권까지 보호하자는 취지다.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화 관람, 등산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요양원이 직접 권장한다. 이를 통해 종사자들의 직업 윤리와 자부심을 고취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30대 요양보호사를 적극 채용하며 일명 '노노케어'라고 불리는 요양보호사 고령화에 대응하고 있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최연소 요양보호사 이유솔 씨(30,여)가 입소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요양보호사 평균 나이가 50~60대인 점을 감안하면 많이 어린 나이다. /김현우 기자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의 최연소 요양보호사인 이유솔(31·여)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 직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꿈꿔 온 복지인으로서의 첫 발을 현장 최일선에서부터 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원장과 사무국장, 기존 요양보호사 선배들의 교육과 지도 아래 입소 어르신의 돌봄을 위해 매 순간 잘해내겠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젊은 요양보호사를 채용함으로써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요양원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물론 기존 요양보호사 연령대와 젊은 인력 사이에 업무 능력에서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조화롭게 노노케어 대응에 발맞춰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에 영락노인전문요양원도 적극 동참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영락노인전문요양원은 최근 사단법인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주관하는 '우수 기관 방문 및 교류 사업'에도 선정되어 장기 요양 발전에 힘쓰고 있다.

최 원장은 "장기요양기관이라면 누구나 청구 그린 기관으로 선정되길 바랄 만큼 이 기관의 권위는 남다르다"며 "전국 상위 1%에 속하는 기관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고 모범적인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어르신 돌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