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결사 SMR···韓기업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
대형 원전 약점 극복하며 경제성도 갖춰 삼성·현대·대우·GS 등 사업화 전략 모색 글로벌 SMR社, 최강 K-조선에 러브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이 기후위기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이 가진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면서도 기술개발을 통해 경제성까지 확보하고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SMR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과 건설사들, 나아가 조선사들까지 합세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SMR 사업화 전략을 짜는데 주력하고 있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한국형 SMR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SMR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출범한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사업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MR 얼라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중 협회 전환을 목표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며, 추후엔 민간 합작 사업화법인 ‘i-SMR 홀딩스’를 설립해 실증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SMR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 각 수요지에 따라 다양한 사업 모델링이 가능하고, 발전소 시공 외에도 전력·수소·열 생산 등에 따른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업비 또한 대형원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재원을 직접 조달해 발전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원전 시장 경쟁은 대형원전 수주가 아닌 SMR 사업화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i-SMR 실증사업에 민관 협력 방침을 공언한 만큼 건설업계는 SMR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GS에너지는 SMR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3개 회사는 현재 뉴스케일파워의 절반 가까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근 뉴스케일을 포함한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에 참여하면서 보폭을 넓혔다.
현대건설도 미국 원자력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우크라이나 SMR 건설을 위한 협력계약을 맺었다. 이는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 프로젝트의 전력망을 연결하고, 중장기적으로 20기를 배치하는 사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루마니아 원자력규제기관(CNCAN)으로부터 SMR의 기자재 설계, 제작, 구매, 시공 및 서비스를 위한 인증을 취득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는 현재 30년 추가 운전을 위한 설비개선사업을 진행 중인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인증을 통해 1호기 설비개선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만큼 ‘해상 SMR’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선도 SMR 기업들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뉴 누클리어 포어 마리타임 런던 서밋(New Nuclear for Maritime London Summit)’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HD한국조선해양에 손을 내밀었다. 이 자리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기술에 SMR을 접목한 ‘부유식 SMR’의 장점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를 들은 웨스팅하우스 관계자가 협력 제안을 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날 회의에서 부유식 SMR의 경우 토목 과정이 없기에 비용을 줄이면서 신속한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게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다 위 원전’으로 불리는 부유식 SMR은 전력 공급이 어려운 도서 지역에 안정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려면 조선과 원전 기술 모두를 갖춰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톱티어 조선-원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 뿐이다. 부유식 SMR이 국내 기업에 큰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에 SMR 연구개발팀 파견 규모를 늘리는 등 기술 교류를 강화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덴마크의 시보그와 손을 잡고 부유식 SMR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회사가 해외 SMR사와 지속 협력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추진하는 SMR 사업이 성공하고 상용화돼야만 국내에서도 SMR 사업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