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주범으로 몰린 리튬배터리, 엎친 데 덮친 격 '가격 떨어질라'
닷새 간격으로 인천·충남 전기차 화재 리튬이온배터리, 불붙으면 진화 안 돼 원재룟값 내림세에 세계 수요도 '주춤'
전기차 화재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리튬이온배터리 셀의 주재료인 리튬 가격이 내려가 배터리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도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 전기차 수요마저 주춤하자 업계 위축이 가속할 위기에 처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화재 사건에서 가장 먼저 불이 난 차량은 전기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이다. 해당 차량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지난 6일에는 충남 금산에서 SK온이 국내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장착된 기아 EV6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전기차에는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리튬배터리는 수천 개의 셀로 이뤄지는데 따라서 하나의 셀에만 이상이 생기더라도 삽시간에 수백 개의 셀로 불이 옮겨붙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리튬배터리로 발생한 화재는 물 또는 일반 분말 소화기로 진압하기가 어렵다. 지난 6월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에서도 열폭주 현상이 사고 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리튬 가격마저 하락하자 업계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배터리 판매가 역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kg당 75.5 위안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리튬값은 지난해 12월 kg당 100 위안을 밑돌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하락세를 띤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가 주춤하자 관련 투자가 줄어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시장인 중국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리서치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에서 19개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업계는 오는 2030년 중국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생산 용량이 지금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CATL, BYD 등 대형 업체는 살아남겠지만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업체는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