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도심형 실버주택···"부자만 겨냥하지 말아야"
'액티브 시니어' 겨냥한 주택업계 저소득층 위한 주택 정책도 필요
도심형 시니어 주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중산층을 겨냥한 요양시설인데, 노인 경제력 차별이라는 사회적 불평등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니어 주택이 도심 내부에 들어서고 있다. 노년층일수록 전원생활을 선호한다는 통념과 달리 도심에서 여가·문화생활을 즐기며 익숙한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는 은퇴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하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 은퇴가 본격화한 데다 액티브 시니어 출현 등으로 확장일로를 걷는 시장에 맞춰 업계도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시장 선점 경쟁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심형 시니어 주택은 장기요양시설과 달리 대기업이 설계 및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미글로벌, 롯데건설 등이 거론된다.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115가구 규모의 시니어 주택 '위례 심포니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강남권역에 8년 만에 들어서는 시니어 주택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준공해 내년 3월 입주를 앞뒀다.
입주자 대상 서비스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점심·저녁 식사 모두 전담 영양사가 건강식으로 준비한다. 세대 내 청소와 정리 정돈, 분리수거 등 하우스키핑 서비스와 일상생활을 돕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방문 세차 서비스, 세무 상담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주 수요층이 액티브 시니어라는 점을 고려해 지하 2층에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스크린 골프룸 등을 뒀다. 건물 내 간호사실과 헬스케어실이 있어 24시간 건강상담과 맞춤 운동 추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밖에 분야별 전문 인력을 통해 월 20여 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2025년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강서구 마곡동에 810가구 규모의 'VL 르웨스트'를 조성 중이다. VL 르웨스트는 서울 도심 한복판 마곡 마이스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다.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 205 대 1, 평균 경쟁률 19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은 호텔식 임대형 실버타운인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의 시공을 맡았다. 새로운 시니어타운들의 등장으로 기존 대기 수요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특화 설계를 통해 노년층의 주거 선택폭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선 고소득층만을 위한 시니어 주택을 우려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골프시설,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등 기존 장기요양보험으로 운영되는 장기요양시설에는 대부분 없는 여가 시설 존재와 높은 입소 비용 등이 차별이라는 시각이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초고령화·핵가족화로 인해 혼자 사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시니어 주택 시장 확대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장기요양등급이 없는 건강한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는 측면에서, 또 요양원 입소하는 시기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주택·타운을 짓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있는 자'를 위한 정책만 나오면 안 된다.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주택 시스템과 정책도 국가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