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광우병 사태?···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입장차 여전’

어느새 8차 방류···“10ℓ 마셔도 안전” vs “기만, 위험해”

2024-08-07     유준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이 이달 7일부터 25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7800t을 해양 방류한다. 지난해 8월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낸 이후 어느덧 8회차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충동적인 사태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결과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13일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실질적인 방류 추진과 함께 국제사회를 설득할 전개해 나갔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초기에만 들끓었을 뿐 여전히 중지가 모아지지 않는다. 일본이 오염수를 제대로 처리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여과처리 한다고 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근거 없는 괴담”

먼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입증할 수 있으며, 이를 둘러싼 우려들은 근거 없는 낭설 혹은 괴담이라는 쪽의 주장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라는 용어 대신 ‘처리수’라고 부른다. 오염수를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설비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 규제기준치 이하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염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안전한 물이라는 주장이다. 

원자력계와 과학계 일부에서는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 방사성물질을 제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한했던 핵물리학 전문가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1ℓ를 마셔도 2주 정도 지나면 방사선량이 완화된다. 심지어 그 10배의 물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처리수에 삼중수소(H-3)가 포함돼 있는데,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삼중수소가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흔한 물질이며 해양 방류해도 무방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현재까지도 여러 나라 원전 시설에서 해양 등으로 방류된 바 있고 삼중수소로 인해 해양 생태계 및 사람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은 사례 또한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처리수를 규제기준치 이하 상태로 해양 방류하는 방안이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체에 엄청난 해를 끼칠 만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1ℓ의 처리수에는 감자칩 한 봉지 혹은 바나나 4개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월성1호기 공정재판 감시단장인 강창호 씨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문제가 생긴 해산물을 먹고 몸에 큰 이상이 생긴다면 1억원을 줄 수도 있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들어 있는 방사능 수치가 인체에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도쿄전력과 원자력계가 오히려 과학적 증거 무시하며 기만”

반대로 도쿄전력이 오히려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가뜩이나 물 부족 국가인 일본에서 처리수가 안전하다면 공업 용수나 농업 용수로 쓰면 될 일인데 많은 수고와 돈을 써가며 굳이 바다에 버릴 이유가 없다는 관점이다.  

특히 도쿄전력이 대외적으론 오염수 해양 방출이 인체에 무해하고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2023년 3월 도쿄전력 내부보고서가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쿄전력 내부보고서에는 잠재적 손해배상 지급을 예상하고 그 규모와 대응 방안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가 사실 다수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이로 인한 막대한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위험도가 높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유해하지 않다’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원자력계에 맞서고 있다. 현재 한국이나 중국이 방류하는 오염수에는 세슘이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고위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방사성 물질들은 심층 해류를 따라 6~7개월 내 국내 해안에 유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표층(200m 이내)에 있는 삼중수소와는 달리 국내 해역에 빨리 들어온다는 것이다.  

해양 수산물의 체내에 들어와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우려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세슘과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은 무겁기 때문에 가라앉는다. 이런 방사능 물질은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패류 갑각류를 통해 생체에 축적되어 상위 포식자인 참치까지 올라간다”며 “그런 물고기가 왔다 갔다 하며 인체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양쪽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우염수 방류가 과거엔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 누구도 오염수가 앞으로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확실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하다는 주장도 위험하다는 반론도 아직은 가설에 불과한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