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했는데 월급 0원이라니"···악덕 업주 처벌 강화될까
상반기 임금체불 1조 최대치 여야 체불방지법 발의했지만 '반의사불벌죄 적용'에 이견
일한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할 임금을 받지 못하는 액수가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야당은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 발의에 나섰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폐기된 바 있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 436억원, 임금체불 근로자는 15만1000명이다. 이는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 규모로 이와 같은 속도로 지속될 경우 2024년 한 해 임금체불액 총 규모가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업종별로 보면 올 상반기 제조업 임금체불액 규모가 2872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건설업 분야 임금체불액이 지난해보다 26.0% 늘어난 2478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급등세를 견인했다. 전체 임금체불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6%에서 올해 상반기 23.7%로 상승했다. 보건업 임금체불액도 717억원으로 작년보다 67.8% 급증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경우 2022년 9월 위니아전자 임금체불을 시작으로 2024년 2월까지 3개 회사(위니아전자, 위니아,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에서 체불 노동자 2051명을 상대로 임금, 퇴직금 등 898억원을 체불했다. 2023년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재산 매각을 통한 체불임금 변제를 약속하였으나 이후 골프장 매각 대금을 체불임금 변제에 사용하지 않아 검찰에 위증죄로 고발된 상황이다.
임금체불 증가는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영세 사업장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반면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된 탓으로 분석된다. 근로자 개인과 가계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과 생산성 저하, 소비 축소로 인한 경제적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사회 전반적인 개선 동참이 요구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고용부는 올해 초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임금체불 증가세가 이어지자 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사법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나아가 최근 ‘임금체불 신고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해 체불 사업주의 부동산과 동산, 예금 등 재산 조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에는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 처벌이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임금체불 방지 법안을 내놓았지만 사업주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 이견으로 21대 국회에서 법안 폐기를 겪었으며 현재도 비슷한 법안 발의 상태에서 대립하고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일명 ‘임금 지킴이법’이라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직년 연도 1년간 근로자에게 임금등을 3개월분 임금 이상 체불’하거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임금등을 체불하고, 체불총액이 3000만원 이상’과 같이 고의·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청산할 의지가 없는 사업주에 대해 ‘상습체불사업주’ 개념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 지원 제한 △출국금지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 제외 등 제재 조치도 강화할 예정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 경제적 제재에 머문다. 고의·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청산할 의지가 없는 상습적인 체불사업주에 대하여 형사처벌 외에 정부지원 등 제한, 공공입찰 시 불이익 부여, 신용제재를 확대·강화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로 반의사불벌 규정 축소 내용을 담은 '상습적 임금체불 방지법'을 2021년 9월 추진했다. 고용부는 이 의원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 규정은 근로감독관의 업무처리 단계에서 체불임금 청산에 기여하고 있다”며 “범위 축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임금체불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만 국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양당의 이견이 좁혀지길 기다리는 사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우선 공통분모를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