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건 제각각···사각지대 여전한 '영 케어러'
지자체 조례별 지원 연령‧내용 달라 구체적 지원 규정 필요···제정안 발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떠안은 가족돌봄청년은 구체적인 지원 규정이 없다. 여러 개별 법령에 산재한 규칙과 각기 다른 지자체 조례로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돌봄청년은 장애, 질병, 약물 등의 문제를 가진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 책임을 지고 있는 청소년‧청년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족돌봄청년은 국내 약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돌봄청년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는 4.5%,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존재하는 비율은 11.4%~12.9% 정도로 나타났다. 가족에 대한 돌봄을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주 돌봄자로 예상되는 비율은 0.6%~1.4%로 19~34세 청년 인구에 적용해 보면 최소 약 6만1000명의 청년이 가족돌봄의 주된 책임을 맡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법령에 따라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존재하나 아동복지법, 청소년복지 지원법, 청년기본법,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등 개별 법령 등에 단편적으로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가족돌봄청소년은 '청소년복지 지원법'상 '위기 청소년'에 포함돼 복지 지원, 교육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고 청소년 특별지원을 통해 가족돌봄청소년에게 생활, 건강, 학업, 자립, 상담, 활동 등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제도는 보호자가 없거나 실질적으로 보호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가 아닌 청소년에게만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 기간은 1년(필요시 1년 연장 가능)에 불과해 청소년이 충분히 자립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지원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에 대해선 지자체별로 조례를 마련해 지원하는 상황이다. 여성경제신문이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치법규를 통해 분석한 결과 가족돌봄청년 혹은 가족돌봄청소년 관련 지원 조례를 가진 광역자치단체는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강원특별자치도 △충청남도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총 13곳으로 대부분 존재한다. 다만 지자체별로 지원 연령 기준과 돌보는 가족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울특별시 조례에서 '가족돌봄청년'이란 장애, 정신 및 신체의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진 민법 제779조에 따른 가족을 돌보고 있는 9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을 말하지만 서울특별시 마포구는 가족돌봄청년 연령을 14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한다. 경기도는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34세 이하의 사람을 지원한다.
각각 다른 지원 대상과 내용으로 돌봄‧생계 부담을 안고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국회에선 지난 31일 서영식 민주당 의원이 첫발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안(제정안) 발의했다.
제정안은 아동, 청소년, 청년기의 돌봄 역할 수행이 현재뿐만 아니라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한다. 또 돌봄서비스, 상담, 교육, 취업, 자립, 주거 등 이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영석 의원은 "국내에서도 돌봄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 중 하나가 된 상황에서 가족 돌봄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한평생 힘들게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영 케어러에 대한 지원을 단순한 복지재정의 지출을 넘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생산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회에서도 신속히 법안을 논의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