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부담 나누자는 PG, 카드사 '당황'···당국 압박은 "관치금융"
환불 손실 가능성 PG사 떠안을 가능성 금감원 "공동 책임, 고민···챙겨보겠다" 여신법상 카드사 부담 이유 전혀 없어 "관치금융 지적 우려···관련자 책임 먼저"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환불 부담을 떠안게 된 결제대행(PG) 업계는 '카드사 책임 분담론'을 내세웠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사와 상황 조정의 여지를 언급하며 업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카드 업계는 티몬·위메프와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티메프) 대표이사 류광진·류화현은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기업 회생 개시와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 심문에 출석했다.
티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PG사는 고객의 카드 결제 취소 및 환불 의무를 이행하고도 결제 대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티메프의 자산과 채권이 동결돼 PG사가 자체적으로 환불금을 내준 뒤 추후 구상권 청구를 통해 대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홀로 떠안게 된 PG업계는 카드사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PG업체들은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 주재로 열린 PG사 현장 간담회에서 "온라인 결제에서 최대 수익자는 카드사"라며 "카드사, 셀러, PG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추산 티메프 피해 규모는 1조원대다.
PG 업계는 카드사가 티메프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가 PG사가 받는 결제 정산 수수료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카드사도 사회적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는 2%지만 결제 정산 수수료는 0.02~0.05% 수준이다.
현행법상 카드사가 환불 책임을 질 이유는 없으나 금융당국 등은 '공동책임론'을 향해 열려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는 '결제대행업체는 신용카드 회원이 결제 취소를 요청할 시 PG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PG사는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면서도 "(공동 책임 등) 이런 부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의견을 들어보고 다각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PG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카드사와 (책임 분담 등) 상황 조정에 대해서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챙겨보겠다는 것"이라며 "(카드사를) 더 독려하고 소비자, 판매자 보호에 최대한 나설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신뢰도가 높은 카드사가 전면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런 '카드사 공동 책임론'에 대해 카드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티메프와 직접 계약을 맺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부담해야 하냐는 주장이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카드사는 결제대행사와 계약을 맺을 뿐이라 티몬 또는 위메프에 정산을 해준다는 개념이 전혀 없다"며 "업계 전반이 부담을 나눠 질 수 없다는 쪽으로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PG 업계 전체 결제 비중에서 티메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점, 환불 의무를 지는 PG사 중에는 대형사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PG 업계의 '앓는 소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카드사 역시 계약 관계에 있는 오프라인 가맹점이 파산하면 손실을 떠안는 게 당연하다"며 "작금 사태에서 PG사가 계약 당사자도 아닌 카드사에 손실을 나눠 부담하자고 주장하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역시 카드사가 환불을 함께 책임질 이유가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카드사 공동 책임'을 논하기 전에 큐텐을 비롯한 관련자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관련자의 해외에 있는 자산이라도 전부 동결시키고 매각시켜 (환불금을) 받아와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대표 구속이 필요하며 시간이 걸릴 경우에만 정부가 보증을 통해 대출을 내준다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손실액이 크다고 해서 카드사가 (나눠) 갚아주는 게 맞다면 카드사는 은행 기반으로 영업하니까 은행도 갚아줘야 하는 건가"라고 되물은 뒤 "정부나 금융당국이 카드사 책임론을 강조할 경우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PG사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은행이나 카드사는 리스크에 대한 개념이 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등을 마련하지만 PG사든 '페이'든 마찬가지로 리스크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