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내수 침체에 해외로 눈 돌리는 K-패션

한섬·삼성물산패션, 유럽 인지도·유통망 확대 F&F·휠라, 아시아 판권 획득·현지법인 설립 내수 침체로 패션시장 소비 심리 위축 영향

2024-08-01     류빈 기자
갤러리 라파예트 '시스템' 팝업 스토어 매장 전경 /한섬

국내 패션업계가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다. 한류 문화를 바탕으로 K-패션 역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는 추세다. 

또한 내수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실적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더욱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은 패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꾸준히 컬렉션을 선보이고, F&F, 휠라 등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백화점 체인인 프랑스 파리의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오스만 본점(이하 라파예트)에 한섬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의 팝업 스토어를 지난달 17일 오픈했다.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 여성관(메인관) 2층에 문을 연 시스템 팝업 스토어는 내년 1월 말까지 약 7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시스템은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두 차례씩, 12회 연속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힘써오고 있다.

한섬은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더욱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라파예트와 함께 프랑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쁘렝땅, 봉 마르셰를 비롯해, K-패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권 주요 백화점에서도 단독 매장 오픈을 제의 받아 협의 중에 있다. 이밖에 한섬은 이번 팝업 스토어와 지난달 파리 마레 지구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시스템·시스템옴므 파리’ 매장 간 제품·인력을 공유함으로써 사업 효율성과 수익성도 높여나가겠단 목표다. 

준지가 지난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2025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 /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는 2007년 파리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이후 1년에 2회씩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미술관 ‘팔레 드 도쿄‘에서 2025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진행했다. 준지는 ‘워크뛰르(WORKOUTURE, 워크+꾸뛰르)’를 테마로, 클래식한 워크웨어와 1950년대의 오뜨 꾸뛰르(소수의 고객을 위한 고급 맞춤복)를 믹스해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컨셉을 준지만의 트위스트로 표현했다. 준지의 이번 컬렉션에는 국내외 언론과, 바이어, 셀러브리티·인플루언서 등 패션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했다.

준지는 중국·프랑스 등 전 세계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 등 130여 개 매장에 입점해 홀세일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준지의 해외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60%에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2021~2023년 평균 성장률은 40% 가량을 기록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선보이는 F&F는 해외 매출 비중 높이기 위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아시아 주요 국가 판권을 획득하고 중국·일본·동남아까지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WBD(워너 브라더스디스커버리)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F&F는 MLB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가 높은 중국 전역의 대리상은 물론, 아시아 각국의 대표 디스트리뷰터 기업들이 디스커버리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연내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1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 비전은 아시아 시장에서 1위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F&F는 MLB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은 물론 중동과 인도 시장 등 아시아 전역에 진출해 있다. MLB는 2022년 해외 소비자판매액 첫 1조원을 돌파한 것에 이어, 올해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홍콩 특별자치구에 신규 법인을 세운 데 이어 올해 2월 상하이에도 법인을 세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휠라홀딩스는 지난 2월 27일 상하이에 ‘미스토 브랜드 매니지먼트(Misto Brand Management)’를 세웠다. 이 법인은 ‘미스토 브랜드 홀딩스(Misto Brand Holdings)’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미스토 브랜드 홀딩스는 휠라홀딩스가 지난해 8월 말 100% 지분을 들여 홍콩 특별자치구에 신규 브랜드 발굴과 판권(라이선스) 확보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신규 브랜드 발굴 및 판권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휠라 브랜드 외의 국내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유통하고 신규 브랜드 발굴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 요인·내수 침체 영향 소비심리 위축
올해 2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해외 시장 진출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이처럼 국내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건 해외에서의 한류 열풍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분기별 실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는 등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 5130억원, 영업이익 5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8.8% 감소했다. 패션시장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삼성물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섬은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339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F&F는 올해 2분기 매출액 3915억원, 영업이익은 9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22.8%, 29.5% 쪼그라든 규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는 반면, 해외 시장은 특히 신흥 시장에서 더 큰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며 “또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생산 및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많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