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즈] ④ 비욘세가 찾은 '1064 스튜디오'···노소담 대표 "주얼리 넘어 오브제로 확장"

예술적인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 서구 등 해외, 실험적인 작품 선호

2024-10-17     김민 기자
한국의 주얼리 시장은 세계 5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내주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시대, K-주얼리는 안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탓이다. 여전한 음성 거래와 디자인 베끼기, 영세한 운영 등이 K-주얼리 브랜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K-컬처의 약진과 함께 K-주얼리의 잠재력도 살아나고 있다.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 바람도 일으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K-주얼리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는 토종 브랜드를 응원하는 '주얼리즈' 시리즈를 시작한다. 주얼리즈는 '주얼리'와 '리즈 시절'의 합성어다. 지금이 리즈 시절인 신흥 K-주얼리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하려 한다. [편집자]

주얼리를 단순히 장신구가 아닌 오브제로 만드는 브랜드가 있다. 노소담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1064스튜디오'다. '1064스튜디오'는 금속(금)이 녹는 온도인 1064.18°C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디에서나 어느 순간에나 잘 어울리지만 개성은 잃지 않는 중성적인 주얼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1064스튜디오'의 볼드한 주얼리 스타일은 특히 해외에서 이목을 끌었다. 데일리한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와 달리 파티나 행사에서 착용할 수 있는 큰 제품을 선호하는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거대한 후프 링 귀걸이를 보고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연락을 해 주문하거나 쟁쟁한 주얼리 업체들을 제치고 네타포르테에 입점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K-주얼리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1064 스튜디오의 볼드한 주얼리 스타일은 특히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064 스튜디오 홈페이지 룩북 캡쳐

2015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20회 이상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해 나가고 있는 1064스튜디오는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한다. 노소담 1064스튜디오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그간 선보여왔던 주얼리 제품군에서 더 나아가 금속을 활용한 테이블웨어나 오브제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해나가겠단 포부를 밝혔다.

여성경제신문은 노소담 1064스튜디오 대표와 만나 해외와 국내의 주얼리 차이, 주얼리 업계 등에 대해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1064스튜디오의 노소담 대표는 금속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주얼리 업계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본래 세공보다 대공에 큰 관심이 있었던 만큼 노 대표가 만드는 주얼리는 모두 큼직큼직하다. 

노소영 1064 대표의 사진이다. /1064 스튜디오 제공

— 룩북을 보면 주로 크기가 큰 주얼리가 많다. 볼드한 주얼리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디자인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지 궁금하다.

"대부분 그냥 생활에서 많이 얻는 편인 것 같다. 건축물에 영감을 받고 여기에 트렌드를 조금 섞는 경우가 많다."

— 2017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얼리가 인기를 끌고 비욘세 등 해외 팝스타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화제가 됐던 주얼리는 무엇이며 어떤 면이 스타들에게 어필됐다고 생각하는가?

"엄청 큰 후프 링이었는데 한국에서는 특이하고 잘 볼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한국에서는 주얼리를 이렇게까지 크게 만드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는 그런 특이한 주얼리가 관심을 끌 때였다. 사실 그 제품은 우리도 쇼피스라고 생각하고 디자인했다. 실제로 착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를 데일리 제품으로 썼고 인스타그램에서 리그램되면서 이슈가 될 수 있었다."

— 네타포르테에 입점하는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는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주얼리에 대한 인식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아무래도 데일리한 제품들을 많이 찾는 편이다. 이는 일본과도 비슷하다. 튀지 않고 포인트가 되는 장신구. 그런데 외국은 행사나 파티가 많아서 그런지 크고 볼드한 것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스스로도 큰 걸 좋아하다 보니 주얼리를 무게랑 상관없이 크게 출시하곤 한다. 이 점이 외국인들한테는 잘 맞았던 것 같다."

— 1064스튜디오의 사업 목표나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무엇인가.

"가장 추구하는 이미지는 공예적인 이미지다. 우리 브랜드처럼 실험적이고 특이하지만 데일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9년까지 유지해 왔다. 이를 잃지 않고 공예적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고객들이 유니크한 걸 추구하는 저희의 감성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1064 스튜디오에서 주얼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1064 스튜디오 제공

— 1064스튜디오에서 주얼리가 제작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진행 과정을 설명해달라.

"오더메이드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은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작 시 먼저 디자인 소재부터 연구한다. 팀원들이랑 같이 이번에 무슨 소재를 사용할 지를 회의하고 각자 조사한 뒤 제작하고 샘플링한다. 테스트해서 생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금속이랑 같이 섞을 주제를 가지고 스케치한 뒤 샘플링하고 직접 제작한다."

— 목표로 만들고 싶은 주얼리가 있는지?

"친환경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시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낮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처럼 종잣돈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브랜드가 친환경을 다루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 만든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제품들은 많지만 그중 제일을 꼽자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됐었던 후프 왕 귀걸이다. 그 귀걸이는 선 하나로 만들었다. 그때는 예뻐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다시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 것 같다. 

직접 만든 작품이 아니더라도 인상 깊었던 주얼리로는 슈슈통이나 샌드리앙, 중국 브랜드인 리엔 등을 좋아한다. 내가 만드는 제품은 약간 매니시하고 예술적인데 해당 브랜드들은 너무 여성스럽고 귀여운 제품들을 많이 만든다. 볼 때마다 '이렇게까지 귀여운 걸 만들 수 있구나' 싶은 제품이 많다."

— 1064 스튜디오에서 생산하는 주얼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제품 중에도 공장을 돌릴 수 있는 디자인이 있고 공장을 못 돌리는 디자인이 정해져 있다. 우리 브랜드는 손으로 하지 않으면 못 만드는 제품들이 굉장히 많다. 다른 데서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우리만의 디자인이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1064 스튜디오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 공장에서 따라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많다. /1064 스튜디오 제공

— 주얼리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한국 귀금속 시장의 한계, 개선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분별한 카피가 많아졌다. 의류 쪽은 그래도 더 이슈가 많이 되는 편인데 주얼리는 그렇지 않다. 한국 주얼리 브랜드들이 많아진 것과 별개로 대부분 한 브랜드가 잘 되면 비슷한 무드로 가려고 한다. 우리 브랜드 카피도 동대문에 있고 중국에서는 루프 컷을 가져가 제품만 바꿔 쓰기도 했다." 

— 쿠론, 팬암, 설화수 등 이종 업계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더한섬닷컴에서는 독점 주얼리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협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와 협업 시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앞으로도 협업을 더 확대해 나갈 의향은 있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정해져 있고 그 스타일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제품을 선보이려면 협업해야 한다. 제안도 많이 오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잘할 수 있는 브랜드만 골라서 하는 편이다. 우리 브랜드와 상대 브랜드, 둘 모두의 특징이 살아야 협업이 잘 되기 때문에 그걸 중점으로 한다. 한 번 하면 스케치부터 샘플링까지 한 몇 개월씩 걸려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폼이 좀 많이 들어가다 보니 기존보다는 조금 줄이면서 집중해서 하는 게 맞다고 결론 내린 상태다."

— 주얼리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설명해달라. 1064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 하나하나를 굉장히 중요하게 응대하는 편이다. 사람을 잘 안 잊어버리는 편이다. 한 번 온 고객은 잊지 않고 바로 응대하고 구매했었던 제품도 기억해 맞이한다. 디자인이 특이하다 보니 애초에 좋아하지 않으면 구매하지도 않는다. 한 번 구매한 손님들이 계속 구매할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하고 응대하려고 한다."

— 수많은 주얼리 작품을 만들어 오시면서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는지?

"자부심 느꼈던 순간들은 많다. 동아일보와 협업해 2m 넘는 목걸이를 직접 만들었는데 그게 인상 깊었다. 2m짜리를 공동 협업하듯이 팀원들끼리 만든 게 의미 깊었다. 네타포르테도 협업의 경우 한국에서는 우리 브랜드만 됐었다. 그때 같이 뽑힌 다섯 브랜드가 진짜 대단하고 유명한 브랜드였는데 최종적으로 가장 신생인 우리가 뽑혀 기억에 남았다."

—  올해나 내년 중 계획하는 바나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10주년을 맞아 그간 선보여왔던 주얼리 제품군에서 더 나아가 금속을 활용한 테이블웨어나 오브제 등도 만들 계획이다."

노소담 대표는 한양대학교 금속공예과를 전공한 뒤 2015년 5월 주얼리 브랜드 '1064스튜디오' 설립했다. 1064스튜디오는 제2, 3회 '삼성디자인펀드 TOP 10에 유일한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9년 국내 주얼리 브랜드 최초로 글로벌 패션 플랫폼 네타포르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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