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성큼···제2의 SpaceX 한국서 나오나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 주도하고 정부는 선행 기술연구 지원 역할 우주항공청, 국제무대 진출 해야

2024-07-31     유준상 기자
스페이스X의 로켓 재수거 장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간이 우주개발의 중심이 되고 정부는 선행 기술 연구를 지원해야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우주항공청의 역할은 이 걸음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정부와 과학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 세계 우주 산업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뀜에 따라 발전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걸어나간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뉴스페이스 시대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정부 예산 100억엔(약 875억원)을 민간 기업에 지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하고 정부는 우주 탐사 임무를 설계해 이를 돕는 방식이다. 

도요타는 2019년부터 달 탐사를 위한 탐사차(로버)를 개발 중이다. ‘루나 크루저’라고 이름 붙은 이 로버는 사람이 탐사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지역을 대신 탐사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와 공동 개발하는 이 로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임무’에 투입된다. 

일본은 신형 대형 로켓인 ‘H3’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민간 기업이 소형 발사체나 초소형 위성인 큐브위성이 아니라 달까지 가는 심우주 탐사선도 개발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일본의 국제 협력 전략은 민간 기업의 기술 중심 협력을 이루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역시 달 탐사를 준비한다면 이러한 민간 중심 기술 주도가 일어나야 한다”며 “우주항공청이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직접 달 탐사 로버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현대·기아차 등이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 연구기관은 민간 기업을 돕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민간이 우주 관광, 위성 등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로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춰 민간 우주 발사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는 발사체의 1단을 최대 10회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는 1단이 초기연소로 기체에 추진력을 제공하고 연소종료 및 분리되고 이후 낙하 중 안정적인 속도와 자세로 떨어지기 위해 재점화를 하는 방식이다.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하려면 ‘재점화 기술’이 필수적이며 복잡한 자세 제어 기술 확보 및 낙하 중 안정성 확보를 위한 각종 부품 및 설계 기술 확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발사 단가를 낮춰 경제적인 발사체 운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재사용 발사체를 빠르게 개발해야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독점한 상업 발사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사용 발사체는 민간 분야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매우 높을 정도로 필수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계와 연구계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에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우주 개발 예산도 한정돼 있어 부처와 기업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스페이스X도 8전 9기 만에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며 “차세대 발사체와 함께 재사용 기술을 개발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우주산업 규모는 800조원이다. 반도체 산업의 시장 매출액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2035년 우주산업의 규모는 약 2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약 3배 이상 커진다. 

이같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민간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민간 기업을 밀어주는 우주항공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주항공청은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은 500억원의 펀드를 지금 모아놓았고 2027년까지 펀드도 1000억원, 2배로 증액할 예정으로, 자금도 확보해서 민간 기업 육성 정책을 더욱 활발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발돼있는 기존 연구 기관들이 빠르게 융합될 수 있도록 중심추 역할을 하고, 우리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연합 프로젝트 수행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역할도 우주항공청에 부여됐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본지에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중국국가항천국(CNSA) 등과 함께 우주 탐사 임무인 라그랑주 L4 지점 탐사,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등을 협력 추진할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