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금투세 폐지 고집하다 상속세 개편도 물거품 될라···야당 벽 넘을 전략 필요

민주당 8월 새지도부 선출 후 당론 결정 계란으로 바위 치기 주장하는 동학개미 재계에선 상법개정 주도권 상실 우려도

2024-07-31     이상헌 기자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뜻을 공식화했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벽을 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 세제 개편의 핵심 부분 모두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해 거대 야당과 합의하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의 세율과 면세 범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배당을 비롯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내달 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과 국무회의 의결(27일)을 거쳐 정기국회에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 제출된 세법 개정안은 통상 '예산안의 부수 법안'으로 처리된다. 내년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은 11월 말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속세 조율,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부가 금투세 폐지만을 고집하다간 민주당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속세 개편마저 물거품될 것이란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8월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뒤 세법을 비롯한 상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 발표할 계획이다. 당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는 앞서 '금투세 도입 유예'를 언급한 바 있다. 또 최근엔 입장을 조금 바꿔 공제 한도를 현재 5000만원보다 두배(1억원) 높이는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건 후보 개인의 입장"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야당이 정부에 양보를 하더라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보다는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다수 의원은 세율 조정 과정에서 대기업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 20% 평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재벌 봐주기라며 반대하는 가운데 이재명 전 대표는 상속세에 대해서도 "신성불가침이 아니다"라며 실용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증시 밸류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제개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송언석 위원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투세 폐지에만 당력 쏟아붓는 국힘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속세 개편 뒷전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9일 회의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더 강하게 나설 것"이라고 금투세 폐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안만을 밀어붙일 경우 국민의 기대감이 높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속세 부담 완화가 좌초할 가능성 크다.

내년에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소득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국내 상장주식은 5000만원 그 외 금융상품은 250만원 공제한다. 최종 납부세액은 과표가 3억원 이하면 20%,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를 적용해 산출한다. 

정부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속세 자녀공제액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높여 잡았다. 상속세 부담을 큰 폭으로 줄이고,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린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과세표준 조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사람은 약 8만3000명,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약 24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이 10억원을 넘어가며 서울에서 집 한 채를 가진 상당수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정안이 통과하면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경우 17억원 이하의 재산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상속세 부담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동학개미 단체는 금투세 폐지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폐지만을 고집하다가는 상속세는 물론 상법 개정 주도권까지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투세는 못이긴 척 완화 또는 유예해주면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개정안을 받아내는 것이 민주당의 작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