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영 더봄] 마다가스카르에서 하이 파이브를!
[나소영의 나를 찾는 오지 여행] 인솔자 성향 따라 달라지는 여행객 만족도 나는 어떤 성향의 인솔자인가 항상 생각해 갠지스강에 뛰어든 인솔자 의도와 역효과 아프리카에서 국내선 결항···나의 대처는?
인솔자의 성향
나의 타고난 성향은 호기심이 강하며 직접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체험 주의자다. 성격 유형 검사를 하면 늘 리더십과 도전정신, 추진력 등의 단어들이 나를 설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꼭 필요로 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나를 사교적이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는 반면, 또 다른 이는 나를 조용히 무리에서 겉도는 타입의 사람으로 기억하곤 한다. 어느 한 쪽이 '맞다'라고 말할 수 없다. 요즘 말로 '인싸'와 '아싸'의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비교적 어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봐서는 국외여행 인솔자라는 직업이 어쩜 '천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모든 인솔자의 성향이 다 비슷할까? 확답은 못 하지만,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전히 외향적이거나 외향적인 것과 내향적 두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성향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극도의 내향적인 사람은 왠지 드물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이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 앞에 나서고 리드해야 하는 일이기에.
같은 지역을 가도 어떤 인솔자와 여행을 함께 하느냐에 따라 손님들이 체감하는 팀의 분위기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 이유로는 인솔자의 성향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인데,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인솔자와 여행을 가면 분명 손님들은 작고 사소한 점까지 케어 받는 기분을 느낄 것이고, 감성이 풍부한 인솔자와 여행을 함께하면 멋진 풍경에 어울리는 시를 읊어주는 등의 작은 이벤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갠지스강에서 목욕 한 인솔자
기억에 남는 인솔자의 퍼포먼스가 하나가 있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도에는 힌두교 신자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강이 있는데 바로 바라나시에 위치한 갠지스강이다. 이곳에 가면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어 연기와 냄새가 가득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강에서 목욕하거나 빨래를 하고 심지어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곳이기에 이러한 모든 행위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다. 위생을 중시하는 우리 눈에는 갠지스강물이 깨끗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세균이 득실득실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도 지역을 담당하던 인솔자는 한국 사람들의 이러한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손님들과 여행하는 중 직접 갠지스강에 뛰어 들어가 목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은 말 그대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편견을 깨주기보다는 오히려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웃픈 에피소드로 남았지만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손님들은 잊지 못할 여행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인솔자의 개성과 스타일에 따라 손님들의 경험과 추억이 달라질 수 있다. 인솔자는 단순히 그룹을 이끄는 사람을 넘어서 여행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손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바오바브 나무를 만나다
마다가스카르의 상징, 바오바브 나무의 장관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긴 여정을 감수해야만 한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아디스아바바까지 약 12시간 30분의 비행을 먼저 거친 후 다시 약 5시간을 더 날아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오바브 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곳 모론다바까지 가기 위해서 또다시 17시간의 비포장도로를 차량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그렇다. 늘 상상 속에만 있던 장대한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이 고된 여정을 감내해야만 했다.
손님들과 이처럼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친 끝에 드디어 바오바브 나무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게 보상이 되는 기분이란 이런 걸까. 거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와 굵직한 몸통, 그리고 나무를 거꾸로 꽂아둔 듯한 독특한 가지의 형상 등. 눈으로 직접 보기에도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바오바브 나무란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란 책을 통해서였다. 어린 왕자는 매일 아침 작은 바오바브 나무의 뿌리를 제거하느라 바빴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바오바브 나무가 금세 자라 그의 행성을 파괴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접한 바오바브 나무는 내게 그저 상상 속의 식물이었다. 그러나 수년이 흘러 직접 거대한 크기의 바오바브를 마주하니 그토록 부지런히 행성을 돌보던 어린 왕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문득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이야기를 통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걸까 궁금해졌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행성을 부지런히 돌보던 모습에 비유하여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의 내면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 보기로 다짐하며 생각을 마무리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하이 파이브를!
마다가스카르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바오바브 에비뉴의 보랏빛 석양까지 즐겼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제 다음 여정을 위해 국내선을 타고 안타나나리보로 되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가 타야 하는 모론다바-안타나나리보 국내선 비행기가 기체 결항으로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이었다.
빠르게 대체 비행기 스케줄을 확인해 보았지만 다음 날에나 비행기 한 편이 운항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내일의 비행기도 오늘처럼 취소된다면 다음 여행지로 향하는 국제선 비행기까지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손님들께 이 사실을 전달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좋았던 분위기는 금방 엉망이 되고 말았다. 17시간 동안 움푹 파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게 얼마나 고된지 알기에 다운된 분위기는 예상한 결과였다. 인솔자의 역할 중 하나가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나는 고민하다 출발하기 전에 손님들을 모아두고 이야기했다.
“인생도 여행도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웃음) 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여행 그리고 삶의 묘미 아닐까요? 지금의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우리는 마지막까지 즐겁게 여행을 이어가겠습니다. 응원의 마음을 담아 저와 함께 힘차게 하이 파이브를 하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이 파이브!!!”
손님 한 분 한 분의 양 손바닥을 부딪치며 기운을 넣어드렸다. 피곤함과 실망감에 어두웠던 손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굴하지 않고 손님들과 함께 에너지를 모아 여행을 즐겁게 이어간 경험이었다. 나중에 몇몇 분들이 내게 말씀하시길, 나와의 하이 파이브를 통해 젊음의 에너지를 나눠 받은 기분이었고 고된 차량 이동을 잘 견딜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겼다고 했다. 그저 다운된 분위기를 깨고 웃으며 출발하고 싶어 시도했던 하이 파이브가 가져온 결과였다.
분명 다른 성격의 인솔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또 다른 분위기로 이 상황을 대처했겠지. 다양한 성격의 인솔자들이 존재하기에 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각각 다른 분위기의 추억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손님들도 본인에게 맞는 인솔자를 조금씩 찾아간다. 여행 기간 친해졌기 때문이겠지만 ‘다음에 소영 씨가 인솔하는 여행을 또 함께하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는 손님들이 있다. 이러한 빈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인솔이 본인의 여행 스타일과 잘 맞았고,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는 뜻일 테니까.
여행이 끝난 후 손님들이 남기는 피드백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물론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며 더 나은 인솔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다음에도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손님들의 말 한마디가 어쩜 지금까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