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한방병원 타깃 '합의금 장사'? "비용이 더 든다"
車보험금 '초과지급' 의심에 한방병원 제소 한방병원협회 "합의금 목적, 무리한 소송" 손보 "이겨도 별 보탬 안 돼···예의주시 중"
대한한방병원협회가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한방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금 초과지급 휴업손해금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해서 제기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소송 결과 패소할 소지가 높은 상황에서도 중재합의금을 받는 등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손보사의 행위를 멈춰달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손보 업계는 제소를 과잉 청구 의심 건에 한정하고 있을뿐더러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는다며 협회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패할지라도 과잉 진료 및 청구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제소한다는 뜻도 밝혔다.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단법인 대한한방병원협회는 손보사들이 '초과지급 휴업손해금 손해배상' 소 제기를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감독기관에 구제 및 예방요청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손보사 3곳(삼성화재·AXA손해보험·DB손해보험)은 한방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1건의 초과지급 휴업손해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휴업손해금이란 자동차보험약관 보험금지급기준상 '부상으로 인하여 휴업함으로써 수입의 감소가 있는 경우에 한해 휴업기간 중 피해자의 실제 수입감소액의 80% 해당액'을 의미한다.
손보사는 한방의료기관이 자동차 사고로 내원한 환자에게 과잉하게 진료해 보험사가 필요 이상의 휴업손해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소송의 대부분이 법원으로부터 원고(손보사) 패소 판정을 받고 있음에도 조정합의금을 받는 등 이익을 챙기기 위해 소송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21건의 소송 중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건수는 총 4건이며 법원 기각 판결을 내린 건수는 1건이다. 반면 보험사에 조정합의금이나 반환청구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건수는 3건, 조정 합의 판결은 1건, 조정절차 진행 중인 건수는 3건으로 집계됐다. 원고가 소송을 취한 경우는 1건이다.
협회 관계자는 손보사의 무차별적 소송이 한방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진료 범위를 제한하는 등 부작용을 촉발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대한한방병원협회와 뜻을 같이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휴업손해금은 자동차사고로 인해 환자가 생업에 종사하지 못했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보험사가 환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결과와 결부시켜 의료기관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보험사의 행태는 매우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보험사의 소송 제기 우려에 따른 의료인의 진료위축은 결국 환자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해당 사안은 금융당국의 감독과 예방이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보 업계는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제소가 과잉 청구 또는 오인 청구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이뤄진다고 해명했다. 조정을 통해 얻는 금액도 미미해 소송 제기는 차라리 '계도 활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대한한방병원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의 반환청구금액은 최고 1235만1205원에서 최저 34만2380원으로 관계자는 손보 업계가 진행하는 반환청구 소송 중에서도 금액대가 낮은 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한 손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보험사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 몇천 건인데 이 중에는 몇 억짜리 소송도 있다. 그에 반해 한방의료기관에 청구하는 반환 금액은 작은 편인데 (잘못되지 않은 지급 건에 대해) 변호사 선임하거나 사내 변호사 써가며 소를 제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패소 소지도 있으며 청구 금액을 전부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도 소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계도 활동 측면'이라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한방 진료비 보험금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패소하더라도 한방의료기관 측에서 '보험사들도 과잉 청구, 오인 청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방 치료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91만2000원으로 집계돼 지난해(88만1000원)보다 2.4% 늘어났는데 이는 1분기 한방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106만8000원)가 지난해(101만6000원)보다 6%가량 늘어난 데서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방 치료에 대한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양방의 경우 '어떤 증상에 어떤 치료 몇 번' 식으로 명확한 치료 기준이 있는데 한방의 경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할 것을 권고하는 식"이라며 "많이 다친 환자들은 한방의료기관에 올 이유가 없고 경증 환자들에 침, 뜸, 부항 등 할 수 있는 치료는 전부 진행한 뒤 '세트 청구'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험금 누수가 의심되는 부분을 제때 틀어막지 못 하면 다수의 선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손보 업계 전반이 해당 사안에 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