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힘들어도 이 맛에 요양보호사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제2회 해미백일장 박봉출 님 입상작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자기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을 때도 같이 해결해 보고자 노력을 하게 된다. 특히나 정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은 타인의 어려움을 목격하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안○○ 어르신이 입소하셨다. 연세는 90대 초반이었고 매우 왜소한 체력으로 식사도 아주 소량만 드시는 편이었다. 자녀들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혼자 지내시다가 입소하셨다고 하였다.
어르신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보니 6.25 참전 용사로 당시 계급 특무상사로 전역을 하셨으며 전쟁 중에 운전하시다가 차량이 전복되어 몸 여러 곳을 다치셨고 그 후유증 중 한 가지로 손가락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으시다고 하셨다.
혼자 계실 때 식사를 너무 적게 드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 입소하셨을 때는 몸무게가 겨우 34kg밖에 되지 않았으나 여래원에 입소하신 후 여러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의 꾸준한 보살핌으로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몸무게도 4~5kg 정도 늘고 기력도 어느 정도 찾으셔서 신문도 읽고 책도 읽고 하시며 지내시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사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기력도 저하되는 것 같아서 유심히 관찰하던 중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식사를 가져다드렸더니 불과 대여섯 숟가락 정도 드시고는 수저를 놓는 것이 아닌가?
“안○○ 어르신! 왜 그것밖에 안 드세요? 좀 더 드셔야죠?”
“아니에요. 많이 먹었어요. 원래 소식해요.”
“어르신! 조금만 더 드셔보세요.” 하면서 어르신 손에 숟가락을 쥐여 드렸더니 어르신께서 숟가락을 힘없이 툭 떨어뜨리셨다.
“어르신! 숟가락을 놓지 마시고 조금만 더 드셔보세요”하고 식사를 권했더니 “선생님.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요” 하시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네. 그랬군요. 어르신 그럼 오늘은 제가 도와 드릴게요.” 어르신 옆에서 식사를 케어하여 다 드신 후 정리를 끝내고 오후 인수인계 미팅 시간에 안○○ 어르신의 식사 상태를 공지한 후 퇴근하는데 마음이 영 착잡하였다.
‘더 드시고 싶으신데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고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은 미안해서 거부하시고 결국 소식한다는 말씀으로 대신 하였구나’라고 생각하니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식사 때마다 똑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길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혹시 장애인 전용 수저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래! 이거다!’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도 숟가락을 손 자체에 고정해 식사할 수 있는 수저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여 오전 인수인계 미팅 시간에 담당 사회복지사분께 인터넷에서 장애인 전용 수저를 구매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인터넷에서 보아둔 수저를 검색하여 구매하여 줄 것을 건의하였으며 며칠이 지난 후 담당 사회복지사분께서 건의받은 장애인 전용 수저를 구매하여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자 안○○ 어르신의 식사가 잘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르신 오른손에 장애인 전용 숟가락을 장착해 드렸다.
“어르신! 이제 이 숟가락으로 드셔 보세요. 훨씬 편하실 거예요.”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어르신의 식사 상태를 관찰해 보니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스스로 잘 드신다.
“어르신! 어떠세요? 불편하지는 않으신가요?”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훨씬 좋아요.” 하시며 겸연쩍게 웃으신다.
“예. 어르신 맛있게 많이 드세요.”
정말 오랜만에 어르신께서 스스로 식사를 맛있게 다 드시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안○○ 어르신!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어르신 스스로 다 드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펄쩍펄쩍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 요양 보호사 선생님도 들뜬 목소리로 한마디 하셨다.
“선생님! 우리가 이 맛에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선생님! 하하하!”
평소에 느끼기 힘든 엄청난 희열과 보람이 온몸을 전율처럼 휩쓸며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과연 어르신께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