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랑 함께 갈래? 가슴 떨릴 때 제주로

촉박한 일정과는 다른 제주 한 달 살기 여유로운 제주 일상에서 느끼는 그 맛

2024-07-22     최영은 기자
제주 우도 돌카니 카페에서 바라본 바다. /박종섭

회사에서 챙기지 않고 미뤄뒀던 일에서 펑크를 내고 호되게 혼이 났다. 혼날 때 태도도 옳지 않아 더 혼이 났다. 집중해 보려 하지만 이럴 때는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집 앞 5분 거리 카페로 배낭을 메고 떠났다. 책장에 있던 책 중 박종섭 작가의 제주 한 달 살기 책을 가방에 넣었다. <가슴 떨릴 때 GO! 제주 한 달 살기>다. 저자는 전 직장을 그만두고 강의를 하며 인생 3막을 살아가고 있다. 가슴 떨리는 ‘설렘’을 안고 아내와 함께 제주로 떠났다.

제주 전 지역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여행했고 책은 4부로 나뉘어있다. 제1부는 그리운 성산포(7일), 제2부는 너무도 사랑해서 아픈 서귀포 1(15일), 제3부는 너무도 사랑해서 아픈 서귀포 2(15일), 제4부 돌아서면 또 가고 싶어지는 서북쪽 곽지·애월(7일)이다.

박종섭 '가슴 떨릴 때 GO! 제주 한 달 살기' /한국지식문화원

그는 해 쨍한 날엔 바다를 보며 올레길을 걸었다. 비 오는 날엔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기도 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엔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촉박한 제주 여행이라면 느끼지 못할 여유를 온전히 느꼈다.

친구 부부와 같이 올레길을 동행하며 함께하는 여행자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힘들어도 걷다가 힘이 들어 다음 날 쉬기도 하고, 처제와 동행하면서는 아내와 처제의 정감 어린 수다에 안정을 느끼기도 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딸과 아들이 내려와 가족 여행의 즐거움도 맛봤다. 네 명의 가족이 바닷가에서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제주에서 살았던 이중섭 화가의 가족 사랑과도 겹쳐졌다.

그는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이, 아니 컵라면 하나가 행복할 수 있다. 좋은 차로 관광지를 휙 돌아보고 가는 것보다 땀범벅이 되어 산티아고 길을 걷거나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이 행복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에게 맞게 행동하면 된다.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고 말한다.

'행복이란 것은 객관적인 상황이 아니라, 행복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는 어느 책의 문장이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현재의 필자를 돌아보게끔 하는 구절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할 나이에 다양한 업무를 하며 성장해 가고 있는 행복의 순간에 ‘이 업무를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을 망쳐가는 것도 모르고 푸념하며 지냈다. 더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하고 그저 일하자고 몇 번째인지 모를 다짐을 한다.

그리고는 어느 날 떠나야겠다. 작가가 소개한 제주의 한 곳을 가보려 한다. 아무도 모르게 햇살 따듯한 날에. 다시는 안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르니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끊어두고 가자. 언젠가 실행할 제주 한 달 살기를 위한 사전 답사를 떠나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