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나는 어르신들의 춤추는 피에로
제2회 해미백일장 서수경 님 입상작
1층의 마스코트인 어르신이 계신다. 휠체어를 얼마나 잘 타시는지 아무리 좁은 길, 막다른 길이라도 후진도 기가 막히게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돌리며 나오신다. 하지만 배회로 인하여 손등에 멍이 가실 날이 없으시다.
엉덩이를 밀고 자유롭게 다른 어르신들의 방을 누비고 다니시고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고 나오는 성향 때문에 인지 있는 어르신들께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신다. 그러면 왜 나가라는지 모르는 표정으로 기분이 언짢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말대꾸를 하시며 방을 나오신다.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리며 흥분도 하신다. 그런 어르신을 우리는 따뜻하게 맞이하여 위로해 드린다. 인지가 없고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께서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배회하기를 좋아하시는데 가끔 무슨 생각을 하며 우시는지 아주 서럽게 우신다. 이럴 때는 우리도 많이 마음이 아프다. 달래 보려고 애를 써도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그분께 맞는 약은 춤과 노래 그리고 얼굴이 망가져야 한다.
물론 어르신이 좋아하는 간식도 있지만 다 먹고 나면 또다시 서럽게 우신다. 어르신의 기분만 맞춰 드리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어깨춤을 덩실덩실 너무나도 예쁘게 추시며 손바닥으로 식판 바닥을 박자 맞추시며 아주 신명 나게 추신다. 이럴 때는 어르신들도 선생님들도 흥이 나서 한바탕 신명 나게 한마음이 되어 놀곤 한다. 이 춤을 한 번 더 보겠다고 어르신 앞에서 노래와 춤을 추며 온갖 애교를 다 부려도 어르신 마음을 얻지 못하면 좀처럼 보기 힘든 어깨춤이다.
난 여기 여래원에서 푼수인 것 같다. 때론 다른 선생님들께 눈초리를 받을 때도 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흥이 많아 늘 어르신들께 음치의 노래를 불러드리며 막춤을 춰 드린다. 무표정한 얼굴에 생기를 넣어주고 싶은 마음 하나다. 단 한 분이라도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어르신들 웃는 모습에 난 행복하다. 그 모습에 내 마음도 힐링 된다.
친정엄마도 올해 5월에 요양원에 계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살아계실 때 엄마를 보러 가서 내가 어르신들께 이렇게 놀아 드린다면서 흉내를 내니 웃으시면서 "넌 누구를 닮았냐"며 "까불지 말고 점잖게 지내라" 하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마음속으로 ‘그래! 이제 좀 조용히 내가 할 일 하고 점잖게 지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삼우제를 지내고 출근했다. 며칠은 조용히 잘 보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온 줄은 모르니 어디가 아프냐고 걱정해 주셨다. 열흘이 지나 나의 다짐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쁜 어르신의 어깨춤도 보고 싶었고 우두커니 무표정으로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보고 있자니 뭔가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은 어르신들을 웃기는 일이니 어느샌가 나는 망가져 있었다. 상모돌리기 등 새로운 춤을 개발하고 머리까지 흔들며 춤을 추며 음치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어르신들의 웃는 소리가 들리고 활짝 핀 얼굴들이 보인다. 숨을 헐떡이며 어르신들과 하나가 되어 오늘도 춤을 추며 열정을 태운다.
이렇게 춤을 추다 보면 어깨춤의 대가이신 어르신의 신명 나는 어깨춤을 볼 수 있다. 난 오늘도 어르신들의 예쁜 미소를 보기 위해 못 부르는 노래와 막춤을 추며 피에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