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의 충실 의무 도입"···원로 상법학자 홍복기 교수 제안
한국경제법학회 기조발제서 독특 주장 대주주도 회사에 선관주의 의무 있다? 미국·독일·일본선 판례·입법 통해 인정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이외의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배주주의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법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홍복기 연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최근 부산은행 연수원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후원한 2024 한국경제법학회 하계학술행사 기조 발제를 통해 "지배주주의 충실의무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배주주는 통상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주식을 갖고 주식다수결의 원리를 통해 이사·감사의 선임·해임 등 회사경영의 중요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최대주주를 의미한다. 주주총회의 결의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조정할 수 있어 회사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홍 교수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진다는 상법 제382의 3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대상이 회사로 돼 있는 상법 제382조 제2항과 민법 제681조와 충돌과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제언을 내놨다.
1998년 개정상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와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제도(401조의2)가 도입되면서 지배주주의 책임이 법률상 어느 정도 인정되는 계기가 되었으나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홍 교수는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물적분할 등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방안에 대해선 "일면 수긍이 간다"며 "지배회사의 소수주주들의 재산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주주평등 원칙이 주식소유 비율에 다른 지분가치를 의미한다면 회사법에 이미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또는 '총주주'를 포함하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주와 이사와의 신인관계(fiduciary relationship)를 인정하는 미국법과 달리 회사와 주주를 엄격히 구분하는 한국의 법체계를 전제로 미국, 독일, 일본에서 이미 판례와 입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지배주주의 충실의무' 도입 방안을 고려할 때"라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었다.
한편 재계에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한국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평가받는 이유는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각종 규제 때문"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이사 충실의무까지 확대되면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영미회사법상의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회사와 주주의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성실하고(good faith) 공정하게(fairness) 처리하고, 그 지위를 개인적 이익을 위하거나 다른 제3자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는 그 이사가 가진 구체적 능력을 묻지 않고 그 직업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말한다.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는 일반적 의무이므로 이사가 회사내에서 처리하여야 할 모든 업무에 적용되며 행위의 척도가 된다. 또한 이사와 관련된 법령, 정관, 및 선임계약 등에서 정한 사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