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 실종된 여야 전당대회···계파 줄서기 눈치싸움

원희룡 '사천 방지' 공약, 한동훈 겨냥 새로울 것 없어 네거티브 이슈에 묻혀 민주, 이재명 독주에 내부 충성 경쟁

2024-07-15     이상무 기자
국민의힘 윤상현(왼쪽부터)·한동훈·원희룡·나경원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후보들이 상호 비방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뚜렷한 정책이나 비전 제시가 없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한동훈 후보의 가족에 대한 비방이 담긴 영상을 유포한 원희룡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를 대상으로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다.

선관위는 이날 오전 당규 39조 7항 위반을 근거로 원희룡 캠프 관계자 A씨와 캠프에 구두경고 제재가 포함된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조항은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포함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원희룡 후보는 '상향식 공천' 도입을 공약했지만 이는 한 후보의 사천 의혹을 겨냥한 것이었다. 원희룡 캠프 이준우 대변인은 "지난 4.10총선 같은 밀실공천, 듣보잡공천, 사천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그동안 원 후보의 의혹 제기에 '노상 방뇨', '다중인격' 등의 거친 표현으로 맞대응해 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으로 한동안 친한(친한동훈), 친윤(친윤석열)계 갈등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한 후보 1강 구도에 부정적 영향은 없었다. 전당대회가 8일 앞으로 다가오자 경쟁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나경원 후보는 비전 발표회에서 이재명 대표, 물가, 북핵을 '대한민국의 3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구체적인 물가 대책으로는 "유통 폭리, 독과점을 해결하겠다", "수입 다변화로 대외여건의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또한 핵무장론과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기존과 차별화된 방향 제시는 없었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 9일 '주 3일 출근제'를 공약했으나 재택근무 필요성을 강조할 뿐이었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덧붙이지 않았다. 한동훈 후보도 AI와 반도체 산업 파격 지원 등을 약속했는데 문자 논란, 댓글팀 이슈 등에 묻혔다.

특히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나온 쇄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TV 토론회에선 총선 패배 책임을 두고 공방전을 지속했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 측은 전당대회 이전 백서를 발간하는 것이 '총선 패배 책임론'을 재점화하기 위한 정치 공작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 전 빨리 백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전 백서 발간이 당내 갈등만 야기시키고 중립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재명 전 대표와 김두관 전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전당대회도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전날 컷오프를 통과해 본선 무대에 오른 최고위원 후보가 모두 친명(친 이재명)계인 탓에 이른바 충성 경쟁이 시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선 이재명 체제 2년의 부작용을 극복할 비전이 사라진 채 계파 내 줄 세우기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김두관 후보는 이재명 1극 체제 타파에 도전하는 메시지만 주력했다. 김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다양성과 역동성은 사라지고 오직 이재명 후보 지키기로 변질됐다"며 "당이 일극 중심으로 가고 중도층과 외연을 확대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상징적 정책인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금융투자세 유예 여지를 열어둔 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과학기술 집중 투자와 AI 등 신기술 육성 등을 언급했지만 친명인 최고위원 출마자들과 뜻을 같이하는 형식적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다.

전당대회가 과거에 비해 정책과 비전에 대한 관심도가 사라진 것은 당원 표심 반영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당 모두 일반 국민이 아닌 지지층 요구에 맞춘 선거전을 펼치면서 특정 계파가 주도권을 잡는대로 흘러가게 됐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는 정치인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팬덤 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협치 실종에 따른 민생 희생"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권주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중인데 갈등과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지 않도록 정당 구조 개편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