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 만에 대기업 일감 수주하며 승승장구 인테리어업체 씨에스디자인의 비결

고려아연·영풍 계열  공사 수주 "민간 거래 왜 문제 삼냐" 주장도

2024-07-14     이상헌 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그랑서울 빌딩 전경. /여성경제신문DB

고려아연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인테리어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씨에스디자인그룹이란 신생 인테리어 업체가 설립된 지 불과 3년 만에 고려아연의 주요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급속 성장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 10월 13일 설립한 씨에스디자인은 고려아연 논현동 사옥 인테리어 설계를 시작으로 자회사 징크옥사이드 코퍼레이션의 사옥 건축·설계 및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설립 이듬해에도 고려아연 및 관계사의 일감을 본격적으로 맡아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주차빌딩과 통합경비동, 인전교육장, 보건센터, 안전통합센터, 통근버스 정류장의 건축 및 인테리어 설계를 전부 수주했다. 그 해 고려아연의 자회사 스틸싸이클 사옥 설계도 맡은 것으로 씨에스디자인 홈페이지 상에서 확인됐다. 다만 고려아연측은 "해당 공사 가운데 씨에스디자인그룹과 계약을 맺은 건 일부인데 회사 이름이 나열됐다"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씨에스디자인 핵심 관계자 측에 수 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상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까지 수행한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고려아연 및 영풍그룹 계열사 관련 공사로 파악된다. 최근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서린상사, 징크옥사이드 코퍼레이션, 코이라니켈, 한국전구체, 스틸싸이클 등이 씨에스디자인 고객 명단에 있었다. 다만 씨에스디자인의 해당 사이트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6월  중순부터  닫힌 상태다. 

씨에스디자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프로젝트 성과. 6월 10일 기준으로 현재 해당 사이트는 닫힌 상태다. /여성경제신문DB

그랑서울 17~19층 방문해보니
퍼시스 가구 배치 등 공사 한창
"법적으로 확인해줄 의무 없어" 

씨에스디자인 홈페이지엔 2024년 그랑서울 타워 인테리어(2700평 규모) 설계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내용도 소개돼 있다. 다만 고려아연이라는 문구는 보이지 않았다. 본지가 이날 방문한 그랑서울 17~19층에선 가구배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며 인부들 이외에 설계 관계자는 없었다.

고려아연측은 신사옥의 설계를 씨에스디자인이 진행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인테리어업체 이름을 밝히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관계자는 "2개 이상의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 그 중 가격경쟁력 등 주요 사항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업체를 선정해 이전과 관련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업체명은 E로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특정 업체와 거래하는 것은 계약 자유 밎  사적 자치 아닌가"라며 "외부에서 일일이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씨에스디자인은 직원 5명 안팎에 불과한 소규모 인테리어 회사다. 이런 회사가 설립 직후부터 매출 10조원 규모의 대기업과 계열사 공사 설계 수주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은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력이 오래되고 시공 실적이 많은 회사라도 고려아연 정도 규모의 대기업 일감은 따내기 쉽지 않다"며 "특히 회사를 차린 첫해부터 수주를 받고 매년 이어 온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씨에스디자인의 매출은 설립 이듬해 2022년 10억4000만원에서 불과 1년 만인 2023년 31억6000만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도 7억8000만원에서 14억4000만원으로, 영업이익 역시 7억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고려아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한 셈이다. 업종은 시각 디자인업, 대표자는 이모 씨로 돼 있다.

2024년 2700평 규모의 그랑서울타워 인테리어설계 프로젝트가 소개된 씨에스디자인그룹의 홈페이지 /여성경제신문DB

서울시 광진구 광나루로 한 빌딩에 입주한 씨에스디자인은 업계에선 고려아연 오너 일가의 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영풍 기업집단에 포함되고 동일인(총수)은 장형진 영풍 고문으로 지정돼 있어 씨에스디자인 대표 및 임직원이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인이라도 장 고문과 혈족 4촌과 인척 3촌 이내의 친족이 아니라면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와 부당한 이익 제공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하려는 과정이지만 아직은 모기업이 영풍그룹이고 동일인 역시 장형진 고문이다. 따라서 최윤범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규제로부터는 벗어나 있는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근 특수관계인인 동일인의 친족 범위가 축소되는 분위기인 데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복잡한 동업 구조라 고려아연에 대해 공정거래법 상 일감 몰아주기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경우 사위의 개인회사 등 다수의 친족 회사를 누락하고 일감까지 몰아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회장이 법 위반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해 경고 대신 고발을 결정했고 지난 2022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법은 김 전 회장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 벌금 1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업무 담당자의 단순실수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