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자 감세 공격하며 '친기업' 반도체 지원 엇박자
정부안보다 강력한 K-칩스법 당 일각에선 "감세 효과 없어" 금투세·종부세도 입장 달라져
22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재정을 들이는 반도체 지원 관련 법안을 적극 내놓고 있다. 미래 산업의 기반인 반도체산업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지원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한편으로 정부를 향해 '부자 감세' 비판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태년·정태호·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K-반도체 대전환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태년 의원은 최근 정부안보다 지원 규모를 대폭 확장한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 반도체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기금과 특별회계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또한 반도체 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5%로 각각 10% 포인트 높이고,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몰 기한을 기존의 올해 말에서 10년 더 연장하는 안도 담겼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도 이달 초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산업기반시설 직접 설치 또는 운영 비용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70%) 이상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언주 의원 역시 △5년 단위 반도체 지원 기본계획 수립·시행 △반도체 산업 특별회계 설치·운용 △반도체 산업 공급망센터 지정·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반도체 지원 법안들을 병합 심사해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은 “반도체 산업은 국가 명운을 가르는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반도체 산업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부터 반도체 지원법을 주도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태세 전환이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그동안 부자 감세, 대기업 특혜 등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법안에 대해 진정으로 논의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22년 양향자 의원이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할 때는 비협조적이었다. 삼성·SK 등 대기업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산업에만 왜 '특별 대우'가 필요하냐는 게 당시 지도부의 입장이었다.
김태년 의원 등이 K-반도체 대토론회를 연 당일 박홍근·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민주노총과 함께 '부자감세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공공성 위기와 재정확충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박홍근 의원은 법인세 감세가 경기 회복과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법인세 감세 후 50대 그룹의 현금 투자가 오히려 2022년 대비 22%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수결손을 초래하게 된 것은 결국은 부자감세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의 논리라면 반도체 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높이자는 같은 당 의원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진정으로 민주당이 반도체 기업 지원에 뜻이 있다면 정부의 감세 기조를 습관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에는 선을 그어왔다. 올해도 2년 연속 세수 부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직접 보조금 확대, 인프라 건설 지원에는 추가 재정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금투세라는 걸 그냥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정말 맞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도이고 거래세를 대체하는 제도여서 없애는 건 신중한 입장이다.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종부세에 대해서도 "종부세는 상당히 역할을 했고 한편으로 이게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든 측면이 있다"며 "제도가 가지고 온 갈등과 마찰이 있다면 한번 점검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