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도시농부의 텃밭 이야기 ⑥ 병아리콩 키우기 이런 재미가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병아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 여성 건강· 성인병 예방 효과 텃밭은 풍부한 식단과 힐링 장소

2024-07-12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수확을 앞둔 병아리콩 /박종섭

4월 26일 며칠 늦은 날 지인이 병아리콩을 텃밭에 심어보라고 한 움큼 주셨다. 병아리를 닮아 병아리콩이라 이름을 붙였단다. 그래서 그런지 노란 색깔에 씨눈이 뾰족해 보이는 게 꼭 병아리 부리처럼 생겼다. 모양도 이름도 귀여워 텃밭 앞뒤 쪽에 여섯 개 구멍을 뚫고 2~3개씩 넣었다.

며칠 전에 뿌린 채소는 아직 싹이 나올 기미가 없는 것 같았다. 좀 늦었으니 병아리콩은 한 보름은 걸리겠지 싶었다. 아직 바깥 날씨는 따뜻한 봄을 시샘하듯 이따금 차가운 기운이 텃밭을 휘젓고 다녔다. 땅속에 뿌리는 씨앗을 제외하고 모종을 심는 채소는 냉해를 입는다 해서 며칠 더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한 번 냉해를 입으면 어린 모종은 성장하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한다. 땅속의 씨앗들은 나름 추위를 피해 따뜻한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병아리콩을 심어보니 어린 시절 논두렁에 콩을 심고 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밭에도 심었지만, 논두렁의 공간도 놀리지 않으셨다. 뾰족하게 깎은 나무 꼬챙이로 한 발짝씩 간격을 두고 구멍을 뚫어 논두렁콩을 심으셨다.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 들판을 이룰 무렵 콩잎도 누렇게 변하고 다닥다닥 콩깍지가 맺혔다.

나도 그렇게 구멍을 뚫어 병아리콩을 두세 알씩 넣다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밭에는 늘 강낭콩, 완두콩을 심으셨다. 당시에 병아리콩은 없었다. 병아리콩 원산지는 중동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인도, 튀르키예, 레바논 등에서 생산되며 특히 인도에서는 세계 병아리콩의 70%가 생산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재배된 것은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놀라운 성장력을 보이는 병아리콩 /박종섭

텃밭에 병아리콩을 심고 일주일이 되었을 때 파란 이파리 두 장이 흙을 헤치고 쏙 고개를 내밀었다. 더 일찍 심은 채소도 아직 싹이 나오지 않은 터라 설마 하고 살펴봤지만 분명 병아리콩 묻은 구멍에서 나온 싹이었다. 구멍마다 싹이 나왔으니 잡초도 아니었다.

자연은 거짓이 없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다. 메마른 땅을 헤집고 나오는 어린싹에서 강력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이삼일 만에 가보면 싹은 자라 가지를 뻗고 이파리를 무성하게 달고 있었다. 잎은 아카시아 잎을 닮았고 어찌 보면 깃털 모양이기도 했다. 다른 콩잎이 넓적하고 동그스름한 데 비해 병아리콩잎은 남달랐다. 키가 60cm 정도 자란다니 그 성장 속도도 꽤 빨라야 할 것 같다.

왕성한 덩굴 모습 /박종섭

덩굴식물인 병아리콩이 점점 커가고 덩굴이 무성해지자 텃밭을 하는 이웃들도 이것이 무슨 식물이냐고 묻는 이가 많았다. 병아리콩이라 하니 생전 처음 본다며 무엇에 좋으냐고 관심을 둔다.

병아리콩은 단백질과 식이 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고 혈당 지수가 낮아 혈당 관리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소화 개선과 장에 효과가 있고 아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있어 여성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병아리콩에 들어있는 칼륨과 사포닌 성분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여 성인병 예방은 물론 뇌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무성한 병아리콩 덩굴을 보면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흑인 소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생각난다.

어느 정도 지나니 덩굴에서 제법 콩깍지가 달리기 시작했다. 덩굴을 헤쳐보면 볼록볼록 땅콩 모양의 콩깍지가 열려있다. 겉에는 아직 어려 얇은 솜털로 뒤덮여 있는 듯했다. 올해 처음 심은 병아리콩은 관심 대상이다. 몇 포기 안 되지만 포기가 무성하게 자라 열매를 맺었다. 수확할 때까지는 아직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콩알이 단단해지고 노랗게 익어 병아리와 모습이 닮아 있어야 한다. 병아리콩은 이름도 재미있고 귀엽게 생겨 수확이 기대되기도 한다. 열매는 이대로 열매가 열리면 성공적인 수확이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수확이 가까운 병아리콩 /박종섭

병아리콩을 심은 뒤 두 달쯤 지나 6월 말이 되었다. 무성했던 병아리콩 잎사귀가 누렇게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수는 점점 많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잎이 말라 갔다. 잎은 말라가고 콩깍지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수확기가 되었나 콩깍지를 까보면 노랗게 익은 콩이 있는가 하면 쭉정이가 있고 그 속에 여물지 않은 열매가 있었다. 시기적으로 일러 며칠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 무더위 속에서 두세 포기는 태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바싹 말라 버리기도 했다. 농사가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7월 초로 접어들자, 장맛비 일기예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마에 많이 노출되면 콩은 싹이 나게 되고 썩는 경우도 생겨 장마 전에 수확해야 했다.

씨앗 값에 이자를 더하여 은혜를 갚고 /박종섭

콩을 수확해 보니 콩은 노랗게 병아리 모양을 한 것도 있지만 아직도 여물이 덜 들어 녹색 그대로인 것이 있었다. 조금 늦게 심은 것이 결실에 지장을 준 것 같다. 다른 곡식을 심고 나머지 빈 곳에 몇 포기 심었으니 큰 수확은 아니어도 씨앗을 준 지인과 결과물을 나누기로 했다. 몇 포기 안 심었으니 병아리콩 반과 올해 수확이 괜찮은 고추와 가지를 이자로 얹어 돌려주었다.

많은 콩을 수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는 모습과 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기쁨도 함께하였다.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 바람과 햇볕 그리고 적절한 비를 맞고 커가는 과정이 조화로웠다. 조그만 텃밭에 많은 채소들이 모여 풍성한 아침 식단을 꾸며주고 맛 좋은 과실을 안겨주어 즐거웠고 행복했다. 도시 텃밭은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