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90세 어르신을 모시는 50세 재가 요양보호사의 걱정

제2회 해미백일장 성은영 님 입상작

2024-07-11     최영은 기자
재가 요양보호사치고는 젊은 45살에 시작한 성은영 요양보호사(오른쪽)는 올해 5년 차인 90세 2등급 여자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 /성은영

재가 요양 보호사치고는 젊은 45살에 시작해 올해 5년 차인 90세 2등급 여자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 늘 4, 5등급 어르신만 해오다 2등급 어르신은 모르는 게 많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 차례 거절했는데 인연인지 다시 일을 하게 되어 작년 12월 말부터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아들 며느리 내외와 사시는 어머니는 섬망과 치매가 심하시고 다리 힘이 없어서 혼자 화장실을 못 가셔서 기저귀를 차신다. 처음 해 보는 기저귀 케어와 신체활동을 도와드릴 방법을 열심히 유튜브와 주변 분에게 익혀 어머니의 케어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착한 치매여서 온순하시고 온화한 말씀으로 "예", "사이좋게 지냅시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여름에는 짜증도 내고 화도 내시는데 "뭐하요?", "치~ 기가 차"라고도 하시고 손녀가 운다고 울지 말라고 소리 지르시고 따님의 이름도 소리 질러 부르기도 하셨다.

화를 내는 어머니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속마음을 알기에 늘 손을 잡아드리고 자식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한다고 속상해하시면 가슴도 쓰다듬어 드렸다. 그랬더니 한 번씩 속상하실 때 본인 손으로 내가 한 것처럼 가슴을 쓰다듬어 내리셨다. 내가 해드린 동작을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저기 가야 되는 데 가자. 큰집에서 왔느냐? 저기 가서 어떻게 일하면 되는지 물어봐라" 등 어디를 가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마음 상하지 않게 답변해 드리고 친정엄마보다도 더 좋아 스킨십 자주 해드리고 식사도 더 많이 드리고 싶어 "잘 드신다. 한 숟가락만 더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스킨십을 자주 해드려서인지 어머니가 손을 올리며 잡아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달력 보고 있는 나의 등을 두드리면서 손을 잡아 달라고 손을 내미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추석 1주일 전 식사도 안 하시고 눈도 안 뜨시고 대답도 안 하시고 모든 걸 내려놓으신 것 같은 때가 있었다.

'정말 이제는 어머니와 헤어질 때가 되었나?'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6일간의 추석 연휴가 오니 무서운 마음을 내려놓고 연휴 동안 혹시나 안 좋은 전화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전화는 없었다.

추석 연휴 이후로 가족들을 만나서인지 어머니는 식사도 잘하시고 눈도 잘 뜨고 다리에 힘도 생겼다. '가족의 힘이 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가끔 제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셨다가 "욕보는 사람"이라 하신다. 경상도 쪽은 고생하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한다.

어머니는 다시 몸이 안 좋아지셔서 어제는 열이 38도까지 올랐다. 어머니와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같이 있는 동안은 요양보호사지만 어머니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잘 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