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냐 트럼프냐···미 대선에 희비 갈리는 에너지家
누가 이기든 글로벌 에너지산업 ‘지각변동’ 트럼프,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에너지 추구 바이든, 가장 급진적 기후변화 추진 주의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지 글로벌 에너지산업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대 대선후보 중 가장 강력하고 급진적인 기후변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비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에너지 산업 확대라는 아젠다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8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에너지 안보, 기후 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응 방안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한 전기차 지원 정책 등을 기반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구체적으로 환경 규제와 친환경 에너지, 전력 인프라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집계한 결과,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 화석연료 정책 27개를 뒤집었고 화석연료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24건의 환경규제를 승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필요한 신규 시설 건설에 대한 허가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LNG 수출 시설을 더 건설하면 앞으로 LNG를 수십 년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어 지난 4월 30일 국가환경정책법(NEPA) 개정을 통해 청정에너지 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죽어가던 화석연료 업계에 다시 훈풍이 불 전망이다. 그는 지난 4월 주요 석유회사 경영자들과의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규제와 전기차 명령(mandate)을 폐기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LNG 수출 사업 허가 보류도 임기 첫날에 즉각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풍력발전에 대한 적개심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29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가진 유세에서 “세계는 조금씩 더워지고 있다. 그의 보조금으로 아름다운 미국 전역이 풍력 발전기로 뒤덮이고 있다”면서 “내가 승리하면 석유 시추를 3배로 늘리고, 전기차 의무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며 현 정부 핵심 에너지 정책 폐기를 거듭 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화석연료 산업을 향해 규제를 가하는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풍력발전을 향해 똑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풍력 발전이 어업과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비슷한 내용을 명령할 수도 있다”며 “현재 바이든이 화석 업계에 적용하는 잣대를 반대편 진영에서도 손쉽게 레버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트럼프가 풍력산업에 칼을 겨눌 수 있어 신규 프로젝트는 물론 현재 가동 중인 풍력발전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풍력발전 프로젝트 허가를 중단하거나 이미 가동 중인 풍력발전에 제한을 거는 식이다.
미국 풍력산업이 위축되면 태양광,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에너지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기업의 눈과 귀가 미국 대선에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4개월간 선거 양상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 중 에코렙, 베르노바, GE, 자일럼, 퍼스트솔라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또한 전통 인프라와 전력 인프라 업체 중 캐터필라, 불칸 머티리얼즈, 이튼, 버티브, 트레인 테크놀로지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한다면 전통 에너지 기업의 혜택이 예상된다”면서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같은 처지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해 압승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전통 에너지 기업 간 희비가 엇갈렸다.
친환경 선두 기업인 한화솔루션 주가는 7월 1일 주가가 6월 28일 대비 3.99% 하락한 2만6500원에 마감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한화큐셀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풍력발전 시설 제조업체 씨에스윈드와 해상풍력 설비 제조업체 SK오션플랜트도 각각 6.16%, 2.49% 내렸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도 2.60% 떨어졌다.
반면 철강과 석유화학주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포스코홀딩스는 2.07%(7500원) 상승한 37만500원에, LG화학은 2.89%(1만원) 오른 35만5500원에 각각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