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보험 특허, 인정 기간 늘려야 할까···"대형사 과점 심화 우려"
배타적 사용권 얻으면 최장 1년 독점 판매 업계 "인정 기간 늘려야···고객에게도 이득" 상품 개발 유리한 대형사 과점 깊어질 수도
보험 상품 또는 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 상품은 보험협회가 자체 심사를 거쳐 해당 보험사에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간 독점권을 주는 제도로 '보험 특허'라고도 불린다.
보험 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의 인정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정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경쟁사들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기 마련이라 최초 개발 보험사가 보상으로서 얻는 '수요 독점'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는 현재 수준의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한이 대형 보험사의 독점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캐롯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는 새로 출시한 상품 내 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3일 자동차보험의 '할인이 쌓이는 굿드라이브 특약'의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해당 특약이 기존 안전운전 특약과 다르게 고객들에게 안전운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운전 습관을 스스로 모니터링해 개선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화손보는 지난달 21일 '유방암예후예측검사비 특약'으로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따냈다.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를 활용해 맞춤 치료와 재발 여부 예측을 위한 검사비를 최초 1회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특약은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을 경우에 부득이하게 항암치료를 받으며 발생할 수 있는 난임, 불임, 탈모, 우울증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유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달 하나 해외여행자보험의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식 추가 체류 비용(3일 한도) 특약'에 대해 3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해당 특약은 해외여행 도중 여권을 분실해 재외공관에 신고하고 여행증명서 또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은 경우 발생한 비용을 보상한다. 여권 분실로 계획된 여행 기간을 초과했을 때 발생하는 추가 체류비용도 3일 한도로 실손 보장한다.
생명보험사에서 올해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한 곳으로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행복플러스 연금보험'을 출시하고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승인받았다.
생보협회는 해당 상품이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공시이율형 연금보험 상품에 '확정금리적립액 보증옵션'을 설계한 것에 독창성과 유용성을 인정해 배타적 사용권을 승인했다. 기존 연금보험은 시중금리를 따라가지 못 해 노후보장을 위한 유인력이 낮다고 평가된다.
생보사 중 배타적 사용권 취득 허가를 신청한 곳으로는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KB라이프생명 등이 있다. 각 사는 '급여 비유전성유전자검사보장 특약', '다이나믹건강OK보험', 'KB 골든라이프 종신보험'으로 배타적 사용권 획득을 노리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의 인정 기한은 통상 3~6개월인데 이 기간에 해당 상품 출시 보험사는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권을 독점한다. 따라서 보험사는 기존 상품과 차별화되는 상품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을 시 신수요를 독점할 수 있다.
하지만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보험사도 유사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 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의 최대 인정 기간을 늘려 신상품 개발 및 출시에 따르는 수요 독점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따기 위한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신상품을 개발하고 배타적 사용권을 얻기까지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만큼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을) 늘려주면 고객에게도 (고를 수 있는) 좋은 상품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이 좀 더 늘어난다면 참신한 상품은 (해당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의) '시그니처'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는 현재 수준의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이 대형 보험사의 시장 과점 심화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대형사는 중소형 보험사보다 새롭거나 공격적인 상품을 출시하기 유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을 늘린다면 대형사의 과점이 깊어질 수 있다. 작은 회사의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