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더봄] 자존심이 상해서 시작한 그것은?

[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혼자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는 자신에게 나는 왜 저들과 못 어울리는가 질문했다 그날 이후 나는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2024-08-06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젊은 시절에 이것을 배웠더라면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것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당신은 3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인생을 설계하고 싶습니까 라고 누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환갑을 지나 6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나를 뒤돌아보면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고 후회되는 일과 어떤 계기로 배운 것이 지금 내 인생의 즐거움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있다. 즉 '아쉽다', '잘했다'의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아쉬운 것은 하모니카를 배우지 못한 것이다.

여고 시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나면 빈 사이다 병에 젓가락을 넣어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와 장단 맞추어 하모니카를 불던 두 갈래머리의 여고생이 있었다. 하모니카를 불던 친구는 기차 통학을 했다. 샛별을 보고 등교하기에 2교시 수업이 끝나면 도시락을 먹어 치우고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하기에 학교 도착하면 이미 배가 출출했던 상황) 점심시간에는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특기인 하모니카를 불었다. 

두 손으로 가려지는 하모니카를 입에 대고 화음을 넣어가면서 신나게 불던 친구, 그녀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면서 '너무 멋지다'라고 생각만 했을 뿐, 그것을 배우겠다고 생각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될 만큼 작은 악기로 모든 노래를 연주할 수 있는 요술쟁이(?) 악기, 국내 여행이나 해외여행 시 넓은 장소 좁은 장소 가리지 않고 불 수 있는 하모니카를 안 배운 것이 후회된다.

휴대하기 간편한 하모니카로 화음을 넣어 멋지게 연주하는 친구가 몹시 부러웠다. 지금이라도 배워 볼까? /픽사베이 

반면 ‘참 잘했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운동이다. 수영, 골프, 탁구 이 3가지 운동을 전문 코치에게 배운 것은 지금 생각해도 손뼉 쳐 줄 만큼 훌륭한 선택이었다.

수영은 결혼을 앞두고 콜라병 같은 몸매를 만들고 싶어서, 골프는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기에, 또 이른 아침, 이슬 맺힌 잔디를 밟을 때 발끝에 전해지는 그 상쾌한 기분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친구의 꾐(?)에 빠져서, 그리고 탁구는 자존심이 상해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수영과 골프는 어쩌다가 한 번씩 즐기고 있으나, 탁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일 한다. 어떤 분이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하루라도 탁구를 하지 않으면 뱃살이 더 늘어날 것 같아 늦더라도 탁구장에 간다.

피곤하더라도 몸이 살짝 불편해도 탁구를 하면 피곤함이 사라지고 상쾌하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들 모임, 문화원에서 회의가 있을 때도 탁구라켓을 가지고 외출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탁구를 배우게 된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그 계기는 이러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매년 각 학교 교원으로 구성되는 서울시 교육감배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배드민턴, 테니스, 배구, 탁구 등등.

바야흐로 2007년경인가? 정확하지 않지만, 그즈음으로 기억된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이 조용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교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가 속한 제2교무실은 생활지도부(그 당시 명칭)와 체육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체육 교사 5명, 과학 교사 1명, 사회 교사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8명이었다.

모두 어딜 갔나 궁금하여 교무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운동장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하는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 교육감배 체육대회 테니스 선수로 참가하는 선생님들이었다. 강당에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배드민턴과 탁구 선수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2교무실 선생님들은 나만 제외하고 7명 모두 운동선수로 뽑혔던 것이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니 직장생활과 육아로 집과 직장을 반복하는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퇴근하면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엄마 역할에 충실했었다. 더구나 직장과 거리가 멀어서 겨울이면 어두워진 후에 귀가했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늘 바빴다.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난 직장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는가?’ ‘나는 직장에서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나’라는 생각이 짧은 시간에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소리치고 웃으며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배드민턴 선수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탁구 선수들. 운동장 한쪽에 잘 다듬어진 테니스장 코트에서 상대방이 친 공을 향해 라켓을 휘두르는 테니스 선수들.

그들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 얼굴에서 피어나는 웃음, 나에게 찾아볼 수 없는 운동이 주는 기쁨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난 이 건강한 몸으로 왜 스스로 따돌림을 만들고 있는가? 왜 혼자서 교무실을 지키고 있는가? 운동하자’라고 다짐하며 그날 이후 운동을 시작했다.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할 수 있는 운동, 그것은 탁구였다. 탁구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집 가까이에 있는 탁구장에 등록했다. 젊었을 때 국가대표 탁구 선수였다는 분이 운영하는 탁구장이었다. 연세는 많았지만, 공 던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분 얼굴을 가려놓고 손 움직임만 본다면 20대로 착각할 정도였다. 나는 일주일에 3번, 20분씩 레슨을 받기로 했다. 

(다음회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