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尹 탄핵 100만 청원에 나경원 "개딸이 주도" 사실일까
[깐깐한 팩트탐구] 본지 사이트 접속자 75% 남성 확인 이재명 팬카페 아닌 곳에서도 독려 당과 무관한 촛불행동이 청원 운동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0만명을 넘어선 데 대해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야당에선 "이게 민심"이라는 반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청원을 보니 개딸들이 하고 있다. 민주당은 개딸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나 의원이 3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청원 주도 세력으로 언급한 '개딸'(개혁의 딸)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열성 지지 성향의 여성을 뜻한다. 4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탐구 코너를 통해 해당 주장을 팩트체크한 결과,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petitions.assembly.go.kr)를 접속한 사람의 성별 분포는 남성이 74.55%로 여성 25.45%보다 3배가량 많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로 클릭을 유도하는 상위 참조 웹사이트는 △뽐뿌(14.9.3%) △보배드림(9.08%) △이토랜드(6.89%) △네이버(6.64%) △다모앙닷넷(5.89%)로 분석됐다.
나 의원이 지목한 개딸들이 모여있는 회원 수 20만의 이재명 전 대표 지지자 모임 '재명이네 마을'은 네이버 카페다. 청원 독려 글을 올린 사이트가 네이버 말고도 여럿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원 독려 글은 시밀러웹이 언급한 곳을 포함해 클리앙 등 다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도 청원 독려 글이 많은 곳은 '부동산 스터디' 카페였다.
해당 청원은 민주당과 무관한 시민단체 '촛불행동'으로부터 시작됐다. 촛불행동은 지난달 22일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국회청원운동 시작을 알렸고 하루 만에 동의자가 5만명을 돌파해 소관 상임위 회부가 결정됐다.
최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공개되자 해당 청원에 불이 붙었다. 앞서 김 전 의장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힌 후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실제 하루당 4만~6만 증가했던 청원 동의는 김 전 의장의 회고록 공개 이후 10만~16만으로 두 배 넘는 증가 폭을 기록 중이다.
이날 오후 기준 청원 동의자 수는 111만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지 보름 만이다.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동의할 수 있어 1인 1표만 가능하다.
나 의원은 민주당 지지 세력을 폄하한 전례가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5월 집회 연설에서 “(문 대통령 특별대담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에게 공격 당하는 거 알지 않느냐. 묻지도 못하는 게 바로 독재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지난 4·15 총선 선거 과정에서 개딸들의 공세에 시달린 바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서울 동작을의 민주당 류삼영 후보 지지 SNS 홍보물에 “동작을에서 나베(냄비)를 밟아버릴 강력한 후보”라며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설명과 함께 무릎차기를 하는 류 후보의 사진을 실었다. 나 후보를 일본어로 냄비를 뜻하는 나베라고 칭하며 속어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나경원 의원이 '개딸이 했다'거나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인기투표다'라는 식의 발언은 정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왜곡이자 그리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촛불행동의 탄핵 운동을 지켜만 보던 국민들께서 윤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이 쌓이고 쌓여서 드디어 더 이상 직접 맛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폭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