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인수 추진하는 오아시스···'새벽 배송-오픈마켓 윈윈' 효과 낼까

오아시스, FI에 11번가 인수 의향서 제출 11번가 품고 몸값 높여 기업공개 재추진 전망 11번가 적자 지속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2024-07-04     류빈 기자
오아시스 본사 전경 /오아시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추진키로 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성공 시 오아시스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뛰어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지난해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인 큐텐도 11번가 지분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적자가 지속되는 11번가를 품게 된다면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보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FI 측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라며 "11번가 인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면서 신선식품 배송과 오픈마켓을 결합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기존 7000억원대로 11번가 인수 시 1조원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 이래 매년 연간 흑자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분기 최대치인 62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보유액은 12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선 오아시스가 올해 연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물로 나온 11번가는 쿠팡, G마켓에 이은 국내 3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FI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11번가는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다소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에 11번가의 기업가치 5000억원 역시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SK스퀘어는 지난해 9월부터 큐텐과 11번가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된 바 있다.

11번가는 올 1분기에도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318억원보다 손실 규모를 축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자다. 작년 연간 손실은 1258억원에 달한다.

11번가의 지분을 80.3% 쥐고 있는 SK그룹의 투자 회사 SK스퀘어는 새 대표 자리에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선임해 11번가 매각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SK스퀘어 이사회 내 인사보상위원회는 한 센터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한 센터장은 다음 달 14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박성하 대표가 사임 의사를 표명한 지 약 일주일만이다.

한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SK텔레콤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 MNO사업지원그룹장, 글로벌 얼라이언스실장, 글로벌 사업개발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올해부터는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포트폴리오 밸류업, 주주환원 등 주요 경영 활동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제외하고 11번가를 포함한 나머지 자회사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오아시스가 11번가를 품게 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선 아직 점유율 30% 이상 차지하는 지배 사업자가 없는 데다 중국 이커머스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11번가를 인수한다고 해도 입지를 확대해 나가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