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요양원의 일상 '실습에서 시작된 보호사의 길'

제2회 해미백일장 박남희 님 입상작

2024-07-04     최영은 기자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과 어르신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박남희

요양 보호사와의 인연은 5년 전 실습생으로 요양원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5일 동안의 실습 기간 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괜스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나고 그리워서였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님은 산후풍으로 방에서만 생활하셨습니다. 그때 우리 어머니께서도 지극정성으로 대소변을 받아내고 업어드리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목욕시켜 드리고 머리를 감겨드리고, 대소변을 도와드리고, 부모님의 모습에서 당연히 효를 배우며 자랐습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면 우리 할머니 휠체어 하나 사드려야지 하며.

그러나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쯤 할머님은 돌아가셨고, 지금도 휠체어만 보면 돌아가신 할머님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그 이후로는 쉼 없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사람이 더불어 살아야지 열심히만 산다고 제대로 된 삶은 아닐 것입니다. 예전 직장에서는 1년에 여러 차례 봉사하는 날이 있어 그런 날에만 봉사를 해보았습니다. 내 스스로 봉사의 시간을 가지며 살아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나에게 친구는 요양 보호사를 해보자며 권유했고 같이 공부했습니다. 정말 살면서 이런 기본 지식을 가지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요양원에서 첫 실습을 하면서 꼭 이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께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히 챙기는 보호사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일을 하게 되면 반드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면접 보러 간 날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모두 의지가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에 더 잘할 수 있다는 간절함이 깊었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요양원과의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내 인생을 타인을 배려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다짐합니다. /박남희

내가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과 어르신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출근해서 문안 인사를 드리면 "어서 오소" 하시며 반갑게 반겨주시는 어르신. 나를 많이 기다렸다고 말씀해 주시는 어르신. 땀 흘리며 청소하고 있을 땐, 걱정하시며 쉬엄쉬엄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어르신. 맛있는 식사를 드시도록 케어해드릴 때는 ‘참 맛이 있다. 같이 좀 잡수어 보소’ 하시며 나를 챙겨주시는 어르신까지.

이럴 때면 나 역시 내 인생을 타인을 배려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다짐합니다. 생신 축하를 해드리는 날이면 살아온 연륜을 담아 불러주시는 노랫가락이 어느새 우리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곤 합니다.

한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릅니다. 입장 한 번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 모두의 인생에 답이 있다는 구절 ‘내가 어르신들의 입장이라면 나를 어떻게 케어해 주는 것이 좋을까. 보호자의 입장이라면 나의 부모를 어떻게 모셔주기를 바랄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늘 고민하는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르신들, 우리 모두의 소중한 부모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요양 보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누군가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임에 감사합니다.

‘노인이 따로 있나, 세월이 노인 된다’라는 글귀처럼 우리 또한 어느새 늙어갈 것이기에, 오늘도 내일도 더 열심히 어르신들을 보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