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기말고사 치르는 딸, 엄마도 긴장되네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입시 관련한 어떤 정보보다 아이의 마음 읽는 것이 중요
일요일 오전 6시가 채 안 된 시간, 딸아이와 각자 방 책상에 앉아 있다. 고2 기말시험 중인 아이가 깨워달라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게 한 후 다시 눕기도 뭐해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기사를 읽는 중이다. 커피와 과일을 가져다주고 아침밥으로 먹이면 좋을 만한 것들을 주방에 꺼내 놓은 후다. 스카(스터디카페)에 가기 전에 뭐라도 먹고 가야 할 텐데, 입맛이 없다고 그냥 나갈까 걱정이다.
아직 고3은 아니지만 확실히 고2가 된 이후에는 본격 수험생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무엇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 시험을 치를 때마다 아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기에 매 학기 각 과목의 점수와 등급은 대학입시와 직결된다.
그 많은 과목의 평가에 대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도 긴장을 끌어올린다.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은 행여나 아이들이 풀어지거나 포기할까 걱정과 격려를 오가는 말씀을 전하고, 친구들은 각자 다른 양상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한다. 엄마 아빠 역시 잔소리인 듯 아닌 듯 말을 보태고 있으니, 듣는 아이로서는 힘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가 처한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짜증 섞인 대답이나 수험생이니 당연한 듯 배려가 부족한 행동을 할 때면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한다. 조심하고 있지만 말이다.
남편 역시 작년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다. 학원과 스카를 오가며 데리러 가고 오는 것은 물론 야식을 챙겨주고 용돈을 부쳐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준다. 모녀 사이에 감정 섞인 대화가 진행되면 중재자 때로는 해결사로 나선다. ‘당신이 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며 애를 대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선 세대가 다르다. 게다가 대입 전형도 다르다. 수시와 정시,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등 전체 전형을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학력고사로 대입 시험을 치룬 학부모니 오죽하랴). 대학마다 다양한 선발 유형을 운영하고 매년 조금씩 계획을 변경한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다. 올해만 해도 의대 정원 증가에 따른 자연계와 인문계 입시 전망, 논술전형을 늘린 학교들로 인한 변화, 불수능 이슈를 잠재우기 위한 문제 출제 경향 등 작년과는 다른 갖가지 상황들에 대해 학교와 학원 모두 분석과 안내를 하느라 분주하다. 이미 아이 학교에서는 여름 방학 전 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했고, 학원들은 앞다투어 설명회와 컨설팅 안내 등의 문자를 보낸다.
심지어 지역 구청에서도 주민 복지 차원으로 입학사정관 출신 컨설턴트를 앞세운 입시 관련 행사 현수막을 걸었다. 고3 학생들이 원서를 써야 하는 때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수험생 엄마의 눈에는 그 모든 안내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방송과 유튜브에도 관련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성적이 고민인 학생들에게 일타강사들이 조언을 전하는 ‘성적을 부탁해:티처스’(채널A)는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새 강사진을 보강, 지난 주 시즌2를 시작했다.
영어와 수학 강사 외에도 수험생들의 인기 유튜버 미미미누까지 등장해 입시에 관한 다양한 접근을 해보겠다고 한다. 미미미누의 유튜브는 나 역시 딸아이 어깨 너머로 몇 번 본 적이 있다(구독자가 145만명이다!). 용인외고를 졸업해 5수 끝에 고대에 입학했다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입 전형과 수험생활을 소재로 하는 내용인데, 아이도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다.
‘에듀솔루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란 방송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입시가 버라이어티 예능으로까지 확장될 정도로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수험생이 맞닥뜨리는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한 대입 안내 콘텐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비에서 지난달 발간된 '수능 해킹'(문요진, 단요 지음)은 지금의 수능과 사교육 시장에 관해 사회적 진단을 하고 새로운 대안을 촉구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교재와 문제집을 잔뜩 담은 가방을 메고 스카에 가겠다며 집을 나서는 아이가 말한다. “엄마 지난번에 알아봐달라고 말한 ‘관리형 스카’말이야. 일단 찾지 말아줘. 생각해 봤는데 내가 정한 대로 내 스케줄에 맞춰 공부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다녀올께, 늦을 거야!”
그래, 공부는 결국 자기가 하는 거다. 입시와 수험생활에 관해 귀와 눈을 열어놓고 있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애가 어떻게 공부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걸 잘할 수 있게 돕는 게 더 중요하다. 다른 누구의 이야기보다 아이를 믿고 따라가 줘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