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AI 통역부터 과일 선별까지"···인공지능 도입 확대 나선 유통가
백화점·대형마트·이커머스 등 AI 도입 고객센터 챗봇 넘어 AI로 상품 선별·추천 영상·CM송 등 광고 마케팅도 AI 활용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다. 챗봇을 통한 AI 고객센터 등 업무 효율화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통역을 해주거나 고객이 상품을 고르는 데 도움을 주는 등 AI를 전방위적으로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에서 AI 기술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가 AI 기술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월 'AI+X 시대를 준비하는 롯데'를 주제로 '2024 롯데 CEO AI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AI+X는 롯데가 내세운 AI 키워드로 커머스, 디자인, 제품 개발,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CEO들이 참석했으며, CEO가 먼저 AI를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기획했다.
롯데는 AI의 활용범위를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혁신의 관점에서 각 핵심사업의 경쟁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이 지난 4월 잠실점에서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AI 통역 서비스’를 선보였다. AI 통역 서비스는 SKT에서 출시한 AI 기반 통역 솔루션 ‘트랜스토커’를 기반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독일어, 태국어 등 총 13개 국어의 실시간 통역 안내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음성 인식(STT, Speech to text), 자연어 처리(NPU), 번역 엔진, LLM(거대언어모델)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외국인 고객이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LED 투명 디스플레이 앞에서 본인의 언어로 질문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안내데스크의 스크린에 표시된다. 이를 확인 후 안내데스크 직원이 한국어로 답하면 해당 내용이 질문한 언어로 지체 없이 실시간으로 변환돼 모니터에 송출된다.
롯데백화점은 이용도를 평가해 AI 통역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잠실점 안내데스크에 추가 설치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본점 등에도 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AI 선별 수박, 참외를 선보이고 있다. AI 선별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하던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술이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 기반의 첨단 AI를 활용한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더해 선별의 객관성과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
수박은 AI 선별 시스템을 활용해 미숙, 과숙, 내부 갈라짐, 육질 악변과 등 사람의 판단에 의존했던 ‘수박 속’ 상태까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참외는 크기, 중량뿐 아니라 노균병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해 여부, 기형과, 스크레치 등 모든 종류의 외부 결함 검출이 가능하다.
에이블리, AI 사진 검색 기능 도입
유한킴벌리, 하기스 AI 피팅룸 론칭
숏폼 제작, CM송 제작도 AI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만큼 이커머스와 앱 등에서는 AI 기능을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인공지능(AI) 사진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에이블리 ‘AI 사진 검색’은 텍스트 대신 사진으로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기능이다. 유저가 사진을 등록하면 인공지능이 사진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상품을 제안한다. 사진 속 상품 카테고리와 이미지를 ‘멀티 태스크(동시)’ 방식으로 학습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는 ‘딥 러닝’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AI 사진 검색’ 기능은 패션, 뷰티, 라이프 전 카테고리에 걸쳐 이용 가능하다. 패션 코디 사진을 올릴 경우 비슷한 패턴, 색상, 핏 등을 지닌 의류를, 립(LIP) 발색 사진을 선택하면 유사한 컬러감, 발림성 등을 보이는 립스틱, 틴트 등을 검색 결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는 ‘하기스 AI 피팅룸’ 서비스를 론칭했다. 해당 서비스는 아이에게 꼭 맞는 기저귀 사이즈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제시해 주는 서비스로 맘큐 앱을 통해 제공된다.
하기스는 축적된 아기 체형 정보와 사이즈 만족도 등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기저귀를 입은 아이 사진 50만장을 학습하도록 했고, 소비자 조사를 통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검증한 후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이 아이 키, 몸무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아이가 기저귀를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면 하기스 AI 피팅룸은 제공된 사진을 통해 기저귀 사이드 패널(하기스 팬티형 적용) 영역을 100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분석한 후, 허리와 허벅지 둘레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해 기저귀 사이즈를 추천해 준다.
그밖에 마케팅에도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홈쇼핑은 AI 기술에 기반해 TV홈쇼핑 방송과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1분 내외로 줄여 자동 업로드하는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쇼호스트의 멘트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STT(Speech To Text)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 판매방송 영상을 1분 하이라이트로 자동 편집한 뒤 자체 유튜브 채널 ‘훅티비’에서 숏폼 콘텐츠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명품관 식품관 고메이494에 신규 9개 브랜드를 선보이며 생성 AI 플랫폼으로 만든 CM송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해 재고 관리, 수요 예측, 물류 최적화 등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고객의 구매 패턴과 선호를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경쟁력 확보와 함께 효율성 향상, 고객 만족도 증대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