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성 참사' 아리셀, 소방서 화재안전조사 대상 23곳에 빠져

산업단지·외국인고용·자원순환시설 모두 해당 소방서 측 "인원 한정돼 몇 군데만 표본 선정" 사망자 전원, 2층 비상구 대피 못 하고 갇혀

2024-06-26     이상무 기자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화성시 소방서가 그동안 화재 안전 조사를 벌여왔지만 정작 이번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난 아리셀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여성경제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화성 소방서는 화재 안전 조사 대상 시설로 △산업단지 표본 8곳(2023년 1월) △외국인고용사업장(2023년 10월) 5곳 △자원순환 시설 10곳(2024년 6월)을 지정했다.

화성소방서 화재 안전 조사팀엔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화재 안전 조사는 소방 당국이 소방시설 등의 적법 설치 및 관리, 화재 발생 위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 조사 활동이다. 점검 결과 ‘불량’ 판정이 내려질 경우 소방 당국은 행정명령, 입건, 과태료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문건에 나온 산업단지·외국인고용사업장의 주요 조사 내용은 '소방시설 폐쇄·차단 행위 등 유지 관리 상태 확인, 비상구 폐쇄·훼손 행위 및 피난통로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이다. 자원순환 시설의 조사 내용은 '무허가 위험물 및 소방시설 등 소방 관계 법령 준수 여부 확인, 소방시설의 차단 등 위법 사항 적발 시 엄정한 집행 추진' 등이다.

화성소방서가 지난해부터 화재 안전 조사 대상으로 정한 산업단지 표본 8곳, 외국인고용사업장 5곳, 자원순환 시설 10곳 명단 /이상무 기자

문제는 아리셀이 산업단지·외국인고용사업장·자원순환 시설 3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업체임에도 지난 1년 7개월간 조사 대상에서 번번이 빠졌다는 점이다. 아리셀은 화성시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내에 있고, 중국인 등을 다수 고용했으며 리튬 전지 폐기물을 처리하는 자원순환 시설이다. 제3류 위험물로 분류되는 알칼리금속 등도 다량 취급하는 곳이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모든 대상에 화재 안전 조사를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몇 군데를 추려서 표본으로 선정했다"며 "저희가 인원도 한정되어 있고 전 대상을 조사하러 나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아리셀 공장에 대한 소방서의 화재 안전 조사는 지난 2022년 10월 17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문제가 없어 양호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아리셀은 지난해와 올해 4월 자체적으로 소화기와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소방 당국에 모두 양호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속수무책으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소방서의 화재 안전 조사에서 비상구 설치 현황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데 희생자 전원이 대피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작성한 재난 상황 작전도에 따르면 배터리가 폭발한 2층 작업장엔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가 1개뿐이었다. 희생자들은 불길에 가려져 해당 출입구로 나가지 못하고 반대 방향 출입구로 대피하다 안에 갇힌 채 유독가스에 질식했다.

소방청은 참사 다음 날인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에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비상 탈출로와 관련해선 공장 내부 2개소 이상 확보 여부를 살핀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아리셀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예견된 참사라고 한다. 리튬 배터리의 화재 취약성은 여러 전문가에 의해 지속해 제기됐으나 방재 기준과 대책은 전무했다"며 "기존에 반복되던 우려가 이번 참사를 통해 현실화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 자회사로 2020년 5월 출범했다. 에스코넥은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을 만드는 업체로 이번 화재의 원인이 된 일차전지를 삼성전자에 납품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