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1조원 쏟고도 악화, 정부 정책 문제점은 '이것'
상용직 19만명↓ 10년 새 최악 기업 수시채용 선호 진입 장벽 응시료 지원·심리 상담에 치중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의 고용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1조원을 들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15~29세 청년층 중 ‘쉬었음’ 인구는 39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1만 3000명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이나 실업 상태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 없이 ‘그냥 쉰다’고 응답한 구직 단념자를 뜻한다.
지난달 쉬었음에 해당하는 청년 인구는 5월 기준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가장 많았던 때는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5월(46만 2000명)이었다.
또한 5월 청년층(15~29세) 상용근로자는 총 23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만 5000명이 줄었다. 2014년 마이크로데이터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 수치를 나타냈다.
고용의 질적 악화 현상도 확연해지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전체 취업자는 383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3000명이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5000명)부터 1년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의 내용은 자격증 응시료 지원, 심리 상담, 인턴 확충 등이 골자다.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를 50% 감면하고 재직단계에선 예산 44억원 규모로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취업 초기 청년의 직장 적응에 필요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한 ‘쉬었음’ 청년에게 10개 지자체와 함께하는 청년카페(가칭)를 통해 자조 모임,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한다. 구직 의욕을 높이는 ‘청년 도전 지원사업’의 지원 인원 역시 1000명 확대하고 구직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본적으로 기업은 경력 채용을 선호하고 청년층은 일반 생산직이 아닌 화이트칼라를 원하는 등 고용 환경이 변화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고용 흐름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쉬었음‘의 주된 사유로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려움‘이 가장 크게 나타나,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연도별 채용 방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만 해도 전체 채용에서 정기 공개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39.9%였지만 2022년 37.9%, 2023년 35.8% 등으로 축소됐다. 공개채용은 정해진 기간에 일정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모두 지원 기회를 주고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채용 비율은 45.6%에서 46.4%, 48.3%, 상시채용은 14.6%에서 15.7%, 15.9%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수시채용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수요가 생겼을 때 즉시 공고를 내 채용하는 방식, 상시채용은 지원 창구를 열고 상시 지원을 받아 채용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전문가는 현실 인식에 맞춘 중장기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제조업이 그 기성한 3차 산업혁명까지의 직업 구조와 전망을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 고용 자체가 별로 늘기가 어려운 산업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기존의 일자리를 자꾸 창출하라는 것은 어렵고 산업 구조를 떠받쳐주는 '사람에 대해서 서비스하는' 업종들 쪽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임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업종 아니면 아무 일자리도 주어지지 않는 상태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직업의 귀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꿔야 하고 전체적인 임금 구조도 바꿔야 하고 정부 정책도 4차 산업혁명으로 가고 있는 시대 변화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